경남 진주에서 사는 60대 초반 이 모 씨는 최근 근처의 들에서 은행 열매를 주워 말린 뒤 먹는 중이다. 꼬리꼬리한(구린) 냄새가 난다지만 평소 잔기침이 잦아 은행이 기침에 좋다는 말을 듣고선 해마다 이렇게 상용한다.
은행은 ‘푸른 보약’으로 불릴만큼 많은 효능을 지니고 있어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인다.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며 크기(지름)는 영양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cm 정도로 작다.
저열량·저지방 식품이며 소량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 열매에는 신경조직 성분인 레시틴이 함유돼 있어 신경 쇠약, 기침, 고혈압, 전신 피로를 개선시킨다. 글로블린을 비롯한 단백질, 인, 철분도 들어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길 땐 구린내가 나지만 노릇노릇하게 구워 놓으면 고소함에 술안주로 내놓고 간식으로도 자주 먹는다. 가로수인 은행의 열매를 수확 하는 지자체들은 오염 등으로 식용을 하지 못하는 은행을 천연살충제, 천연비료는 물론 연구용으로 재활용 한다.
은행의 효능과 먹는 방법 등을 알아본다.
■ 효능
탄수화물 34.5%, 단백질 4.7%, 지방 1.7%, 카로틴, 비타민 C 등으로 구성돼 있는 건강식품이다.
▶기관지 보호, 기침 잦게 해
은행 열매는 폐를 따뜻하게 하고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한방에서는 은행 열매를 백과(白果·은행 열매의 속씨)라고 하는데, 폐의 기운을 보강하고 호흡기가 약해져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을 다스려준다. 호흡기나 기관지가 좋지 않거나 기침이 잦을 때, 천식과 가래가 끓는 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완화에 도움을 준다.
▶혈관계 질환 예방
은행에는 징코플라톤 성분이 함유돼 있어 혈액이 뭉치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 등 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꾸준히 먹으면 혈전을 제거해 혈액 순환을 돕고 혈압을 낮춘다.
▶노화 방지
은행에는 노화의 주 원인인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다. 또 피부에 잡티가 많거나 당기고 건조한 피부에 효과가 있어 피부를 탱글탱글하게 유지시켜준다.
▶피로 회복
은행에는 레시틴과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평소에 전신 피로가 심한 사람이 꾸준히 섭취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면역력 강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암세포 억제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섭취 시 주의사항
은행에는 아미그달린, 부르니민 등 ‘청산배당체’라는 독성분을 소량 지니고 있어 한번에 많이 먹으면 청산 중독증상이 나타나고 소화불량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칠피리독신이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많이 먹으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하루 권고섭취량은 성인은 10알 이내, 어린이는 2~3알이다. 구워서 먹거나 달여서 차로 마시는 것이 좋다.
은행을 생으로 먹으면 은행에 들어 있는 독성 때문에 구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은행에 열을 가하면 자연독 성분인 청산배당체의 독성을 낮춘다.
■ 은행 고르고 보관하는 방법
좋은 은행을 고르는 법은 우선 알이 고르고 표면이 깨끗한 것이 좋다.
어떤 열매나 마찬가지이지만 은행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 효과가 좋은 은행이니 냄새가 없거나 덜하면 효과가 적다고 보면 된다.
또 보관은 수분 함량이 11% 이하로 유지되도록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며 18~22도에서 3개월가량 보관 가능하다.
■ 은행나무 관련 상식 팁
▶지자체에 문의 하면 얻을 수 있어
도심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는 은행나무이지만 전국 시군구에서는 도로가의 악취 민원 때문에 해마다 10월 초부터 은행 열매 조기 채취기간으로 정해 열매를 딴다. 진동수확기 등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은행 열매를 따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한다. 시민이 시군구청에 신청을 하면 나눠주는 곳도 있어 사전에 문의하면 구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수확한 열매를 보건환경연구원 농산물검사소 등에서 중금속(납·카드뮴) 검사를 거쳐 식용 적합 판정을 받는다.
▶화석목 은행
은행나무는 신생대 에오세 시대에 번성했던 나무로 2억 7천만 년 전의 화석으로 발견돼 이를 '화석목'이라고 한다.
병충해와 공해에 강해 요즘엔 대표 가로수로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장수하는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경기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데 수령이 1100~1500년으로 추정된다.
다만 열매의 악취로 가을철 낭만의 복병으로 자리해 처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가로수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로 교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