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지병을 앓다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경남 산청의 벽지에서 태어난 최 전 대표는 40대 초에 홀몸이 된 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 그는 두뇌가 명석해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조선일보로 옮겨 정치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다.

5공 때인 1985년 민정당에 입당해 12대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화 이후 1988년 2월에 출범한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5공 비리’ 청문회가 열리는 등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합천 생가로 가시라”고 권했고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겠다”고 답하면서 백담사 은둔이 시작됐다.

최병렬

기자 시절 후배들은 추진력이 강한 그를 ‘최틀러’(최병렬+히틀러)라고 불렀고, 노동부 장관 때는 그의 상징적인 별명이었다.

노동부 장관 때는 노동계와의 마찰에도 ‘무노동 무임금’ 대원칙을 세웠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파업을 했을 때 노태우 대통령에게 사표까지 던지며 공권력 투입을 성사시켰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문화공보부·공보처·노동부 장관을 지낸 뒤 1992년 총선 때 민주자유당(민자당)의 전국구로 두 번째 금배지를 달았다.

1992년 대선 때는 민자당 선거대책위 기획위원장으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1994년 서울 한강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YS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그를 서울시장(임명직)에 임명했다. 1995년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조순 전 서울시장이 선거로 당선될 때까지 7개월여 시장으로 재임했고 훗날 한 언론사가 발표한 ‘역대 공무원 베스트 10’에 뽑힐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4선(12·14·15·16대) 의원을 거쳐 2003년 6월 한국 정당 사상 처음으로 23만 대의원이 직접 투표한 한나라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후 고인은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강경 노선을 이어가다가 2003년 1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단식 투쟁에 나섰다. 10일간의 단식 끝에 국회가 특검법을 재의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표 취임 1년도 안 된 시점에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불린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이 한나라당을 덮치면서 소장파와 중진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이어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거대한 역풍이 불자 11일 뒤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011년 펴낸 자서전인 '보수의 길, 소신의 삶'에서 “솔직히 실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확신이 없었는데 예상치 않게 가결됐다. 방송이 국민 감정을 자극해 그토록 거센 역풍이 불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술회했다.

정계를 떠났던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 선언을 했고, 2012년 대선 국면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인 ‘7인회’ 멤버로 활동했다.

말년에는 지병을 앓아 주로 자택에서 머물렀다.

유족으론 배우자 백영자 씨와 아들 희준·선준 씨, 딸 윤보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 발인은 4일이다.

더경남뉴스 정기홍 기자 jkhong4@naver.com 정기홍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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