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유레카!] 월드컵 기사에 등장하는 '시간'과 '시각', 무슨 차이 있기에?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18 05:32 | 최종 수정 2022.1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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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한달 일정이 이제 결승전(19일 밤 0시)만 남겨놓고 있네요. 한국도 H조에서 16강에 올라 오랜만에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각 국의 경기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경기가 열린 날짜 뒤에 괄호를 만들어 '현지 시각'이나 '현지 시간'을 꼭 써 넣습니다. 또 한국에 맞춰 '한국 시간' '한국 시각'으로도 대별해 씁니다. 왜 '시간'과 '시각'을 달리쓸까요.
예시를 들면 오늘 새벽에 끝난 3~4위전 기사 '크로아티아가 18일 0시(한국 시각) 카타르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돌풍의 아프리카 모로코와의 카타르 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전반전 2-1을 끝까지 지켜 3위를 차지했다'가 이런 경우이지요.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시간時間)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이나 그 단위'를 말합니다. 한자는 때 시(時), 사이 간(間)으로 시의 사이이지요. 영어론 '타임(time)'입니다.
사례를 들면 '그 일을 처리하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둘은 만나 두 시간을 이야기 했다' 등입니다. 간격을 뜻합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를 보면 더 명확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예시 기사처럼 '시간'이 아닌 '시각'이란 단어가 가끔 눈에 보입니다. 일반 독자로서는 기자가 어련히 '시간'과 가려서 썼겠거니 하며 넘어갑니다.
하지만 둘의 개념은 다릅니다.
시각(時刻)은 앞에서 말한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말합니다. 딱 그때를 뜻합니다.
위의 기사에서 '18일 0시(한국 시각)'는 0시를 콕 집어 적시한 것이기에 '시각'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스타디움에서 열린~'으로 썼지요. '열리다'의 뜻은 '진행하다'와 달리 처음이란 의미가 담겨있지요.
하지만 위의 문장에서 '18일 0시(한국 시간)'처럼 시각을 시간만 바꾸면 틀린 문장이 됩니다.
이럴 때는 시각~시각=시간이니 '18일 0시(한국 시간)~스타디움에서 열린'이 아닌 '18일 0시(한국 시간)~스타디움에서 진행된'으로 써야 하겠지요. 축구 경기가 0시(시각)부터 90분(시각)간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축구 경기(90분 가정)가 시작된 시각은 '0시', 끝난 시각은 '1시 30분'입니다. 그러고 '90분'은 축구 경기가 진행된 것이기에 시간으로 쓰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만 일상에서는 둘을 구별없이 '시간'으로 두루뭉슬하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차 도착 시간이 4시네', '1시에 밥 먹으러 가자' 등입니다. 이는 시간이란 단어를 '정해진 때'로 보고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 말고도 '시간이 나면 한번 들러주세요' '시간 가는 게 화살과 같다'처럼 겨를이나 짬이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 경우는 틀린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위의 기사 문장은 이와 전혀 다른 경우이니 정확하게 구분해서 써야합니다.
불행하게도 구별을 못해 틀리게 쓰는 기자가 부지기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