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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풍랑과 너울 차이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9.11 21:22 | 최종 수정 2024.09.21 02:51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기상청이 11일 오후 4시 20분 남해 동부 해상 안팎 먼바다에 오는 12일 오후 6시~밤 12시에 '풍랑' 예비특보를 내렸습니다.

또 추석인 10일 오후 3시 25분쯤 울산시 북구 강동 산하해변에 앉아 있던 70대와 40대 모녀가 갑자기 몰아친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다행히 모녀는 신고를 받고 온 해경에 구조됐네요.

울산해경 구조요원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던 여성을 구하는 모습. 울산해경 제공

너울성 파도는 태풍이 잦은 초가을에 기척없이 덮치는 '공포의 파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태풍 '힌남노'는 지나갔지만 가을 초입의 바다는 갑작스러운 너울성 파도가 덮쳐 위험할 수 있다”며 “해안가에 가까운 바위 등에 앉아 있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풍랑과 너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풍랑은 바람이 부는 해상에서 이 바람에 의해 생기는 파도이며, 해풍의 속도, 해풍이 불어온 거리와 시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바람이 불면 짧은 주기의 표면 파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파고가 높아지면서 긴 주기의 파도로 변합니다.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치고 있다. 경북 울진해양경찰서

반면 너울은 먼 해역에서 발생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권' 안에서 일어난 풍랑이 발생 지역로부터 육지의 해면으로 밀려오는 파랑입니다. 일반적으로 발생 장소의 바람과 다른 방향을 붑니다.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은 중심과 인접 지점 간의 기압차가 커 중심 부근의 바람이 강하고 해상 물결도 높습니다.​

너울의 특징은 해면 멀리서 오기 때문에, 오면서 물결머리가 둥그렇고 긴 파장을 그립니다. 해안가에서 너울이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태풍과 저기압 중심의 높은 파고가 풍랑이며, 풍랑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풍랑파가 전달돼 해안으로 이어지면서 너울이 됩니다.

너울에 대해 더 알아봅니다.

강한 저기압(태풍 포함)이 아닌 고기압에서는 주변 해역과의 기압차가 크지 않아 너울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캄차카반도, 홋카이도 부근 등 한반도 북동쪽으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이 통과할 때 너울이 자주 발생하며, 통과한 이후에 너울이 오래 유지되거나 2차 너울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태풍이나 풍랑특보가 해제된 이후에도 종종 너울이 발생해 특보가 해제됐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강한 풍랑은 눈에 보이기에 위험하다며 해안으로 나가지 않지만, 너울이 올 때는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해 위험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강한 너울성 파고는 5m를 넘어 방파제 위나 해안도로에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해안가에서 낚시를 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너울 사고는 해상 면적이 넓은 동해에서 90% 이상 발생합니다. 동해상에서는 유의파고(有意波高) 2m 이상, 유의파 주기 8초 이상일 때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유의파고는 일정한 시점 동안 관측한 파고 중 높은 파고로부터 1/3 이내의 파도에서 구한 평균 파고(주기 포함)를 가진 규칙파입니다.

지난 2005~2017년 발생 현환을 보면 동해안 북부(강원 고성·속초·양양·강릉)에서 59%, 동해안 중부(강원 동해·삼척, 경북 영덕·울진) 25%, 동해안 남부(경북 경주·포항, 울산, 부산)에서 16%가 발생했습니다.

​동해 해상에는 수심이 매우 깊고 남북으로 좁은 해구가 형성돼 있어 내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해 너울 피해가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계절적으로는 여름 42%, 가을 35%, 겨울 19%, 봄 4%로 여름~가을이 위험한 때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전의 연평균 인명 사고는 5.5명, 사망 및 실종자 31명, 구조 및 부상자는 40명이었다.

지난 2020년 강원 고성군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 바다에 내려져 있던 풍랑 특보가 해제된 뒤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또 2018년 전남 여수시에서는 어선이 너울성 파도에 전복돼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선장이 겨우 구조됐습니다. 태풍 '솔릭'이 동해 상으로 빠져나간 뒤에 너울성 파도가 닥쳤습니다.

이처럼 해상에서는 해일과 너울, 풍랑 등 여러 개의 파고가 중첩이 돼 나타납니다.

태풍 등의 중심에서 높은 풍랑에 의한 파고가 우세하면 해안 지역에서의 파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위험도를 비교하면 해안에서의 물결은 해일이 가장 크고 너울, 풍랑 순입니다. 특별히 태풍이 자주 오는 8~9월엔 이들 물결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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