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기상청이 11일 오후 4시 20분 남해 동부 해상 안팎 먼바다에 오는 12일 오후 6시~밤 12시에 '풍랑' 예비특보를 내렸습니다.
또 추석인 10일 오후 3시 25분쯤 울산시 북구 강동 산하해변에 앉아 있던 70대와 40대 모녀가 갑자기 몰아친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다행히 모녀는 신고를 받고 온 해경에 구조됐네요.
너울성 파도는 태풍이 잦은 초가을에 기척없이 덮치는 '공포의 파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태풍 '힌남노'는 지나갔지만 가을 초입의 바다는 갑작스러운 너울성 파도가 덮쳐 위험할 수 있다”며 “해안가에 가까운 바위 등에 앉아 있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풍랑과 너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풍랑은 바람이 부는 해상에서 이 바람에 의해 생기는 파도이며, 해풍의 속도, 해풍이 불어온 거리와 시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바람이 불면 짧은 주기의 표면 파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파고가 높아지면서 긴 주기의 파도로 변합니다.
반면 너울은 먼 해역에서 발생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권' 안에서 일어난 풍랑이 발생 지역로부터 육지의 해면으로 밀려오는 파랑입니다. 일반적으로 발생 장소의 바람과 다른 방향을 붑니다.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은 중심과 인접 지점 간의 기압차가 커 중심 부근의 바람이 강하고 해상 물결도 높습니다.
너울의 특징은 해면 멀리서 오기 때문에, 오면서 물결머리가 둥그렇고 긴 파장을 그립니다. 해안가에서 너울이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태풍과 저기압 중심의 높은 파고가 풍랑이며, 풍랑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풍랑파가 전달돼 해안으로 이어지면서 너울이 됩니다.
너울에 대해 더 알아봅니다.
강한 저기압(태풍 포함)이 아닌 고기압에서는 주변 해역과의 기압차가 크지 않아 너울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캄차카반도, 홋카이도 부근 등 한반도 북동쪽으로 강한 저기압이나 태풍이 통과할 때 너울이 자주 발생하며, 통과한 이후에 너울이 오래 유지되거나 2차 너울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태풍이나 풍랑특보가 해제된 이후에도 종종 너울이 발생해 특보가 해제됐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강한 풍랑은 눈에 보이기에 위험하다며 해안으로 나가지 않지만, 너울이 올 때는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해 위험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강한 너울성 파고는 5m를 넘어 방파제 위나 해안도로에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해안가에서 낚시를 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너울 사고는 해상 면적이 넓은 동해에서 90% 이상 발생합니다. 동해상에서는 유의파고(有意波高) 2m 이상, 유의파 주기 8초 이상일 때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유의파고는 일정한 시점 동안 관측한 파고 중 높은 파고로부터 1/3 이내의 파도에서 구한 평균 파고(주기 포함)를 가진 규칙파입니다.
지난 2005~2017년 발생 현환을 보면 동해안 북부(강원 고성·속초·양양·강릉)에서 59%, 동해안 중부(강원 동해·삼척, 경북 영덕·울진) 25%, 동해안 남부(경북 경주·포항, 울산, 부산)에서 16%가 발생했습니다.
동해 해상에는 수심이 매우 깊고 남북으로 좁은 해구가 형성돼 있어 내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해 너울 피해가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계절적으로는 여름 42%, 가을 35%, 겨울 19%, 봄 4%로 여름~가을이 위험한 때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전의 연평균 인명 사고는 5.5명, 사망 및 실종자 31명, 구조 및 부상자는 40명이었다.
지난 2020년 강원 고성군에서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일가족 3명이 숨졌는데 바다에 내려져 있던 풍랑 특보가 해제된 뒤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또 2018년 전남 여수시에서는 어선이 너울성 파도에 전복돼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선장이 겨우 구조됐습니다. 태풍 '솔릭'이 동해 상으로 빠져나간 뒤에 너울성 파도가 닥쳤습니다.
이처럼 해상에서는 해일과 너울, 풍랑 등 여러 개의 파고가 중첩이 돼 나타납니다.
태풍 등의 중심에서 높은 풍랑에 의한 파고가 우세하면 해안 지역에서의 파도가 높게 나타납니다.
위험도를 비교하면 해안에서의 물결은 해일이 가장 크고 너울, 풍랑 순입니다. 특별히 태풍이 자주 오는 8~9월엔 이들 물결을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