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건강 이야기] "희노(喜怒)는 지(志)를 상하게 한다"(6)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0.11 10:34 | 최종 수정 2023.11.21 23:20
의견
0
누구나 먹고 살만한 요즘은 '건강정보 홍수' 시대입니다. 건강 상식과 식품은 범람하고, TV에선 의사 등 전문가들이 자기 말대로 안 하면 곧 큰병에 걸릴 듯 엄포를 놓습니다. 이즈음 옛 선인들의 건강 지혜를 찾아봄직합니다. 조선시대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전하는 건강 상식을 연중 기획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희노(喜怒)는 지(志)를 상하게 한다'를 풀이하면 '너무 심하게 기뻐하거나 화를 내면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희노(喜怒)는 기쁠 희(喜), 성낼 노(怒)이고 지(志)는 대체로 '뜻 지'로 알고 있는데 여기선 '마음 지(志)'로 해석하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물론 '뜻=마음'인데 어감상 쉽게 와닿습니다. 이 말을 사자성어로 만들면 '희노손지(喜怒損志)', 즉 '극한 기쁨과 노함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희노손지(喜怒損志)'는 동의보감(내경편)에서도 언급되지만,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법을 서술한 의서(醫書) '양성서(養性書)'에서도 같은 글이 나옵니다. 양성, 즉 양기를 잘 관리하는 생활 습관을 제시합니다.
양성서는 김두종(金斗鍾) 전 서울대 의대 교수(경남 함안군 칠원면 출생)의 집안에 소장돼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근대 의사학' 효시로 불리며 '한국의학사'를 펴낸 분입니다. 이 책이 언제 나온 건지는 기자로선 확인할 수 없네요.
'희노손지(喜怒損志)'는 책 중의 '又曰(우왈) 喜怒損志(희노손지). 哀戚損性(애척손성). 榮華惑德(영화혹덕). 陰陽竭精(음양갈정). 學道之大忌也(학도지대기야)'에서 언급됩니다.
이 문구를 풀이하면, 또 말하기를 ▲희노(기쁨과 노함)는 지(志)를 상하게 하고 ▲애척(슬픔)은 성(性·성격)을 상하게 하며 ▲부귀영화는 덕(德)을 혹하게 해 어지럽히고 ▲성생활은 정기(精氣·생장 발육과 생식 기능)을 고갈시킨다는 뜻입니다.
이것들이 도(道·지켜야 할 도리)를 배울 때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지요.
지(志), 즉 '뜻'이란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의지가 실려야 하는데, 심한 감정의 기복은 이 의지를 흐트려 약하게 만듭니다.
일상에서 화를 엄청나게 크게 내면 뇌(정신)와 몸이 혼미해지고 상하는 느낌을 가끔 경험합니다. 충격을 받으면 극한 화를 내다가 순간 기절하는 것이 이런 경우이겠지요.
극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삼갈 일입니다.
주위에서 보면 대체로 화를 잘 내지 않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생활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봅니다. 반면 근육질에 우락부락한 사람은 사사건건 감정을 겪하게 보이는 경향이 많아 몸과 기를 상하게 하는 경우를 더러 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생활의 경우도 많은 듯 적은 듯 해야지, 난삽한 성생활을 한 사람들은 정력을 과하게 소비해 명이 짧다는 말을 합니다. 적당한 성생활이 건강한 장수를 돕는다는 게 이 말입니다. 치우침이 없는 조화의 문제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