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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건강 이야기] "침을 삼키면 오장(五臟)의 기(氣)를 기른다"(8)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7.20 17:09 | 최종 수정 2024.07.21 11:52 의견 0

누구나 먹고 살만한 요즘은 '건강정보 홍수' 시대입니다. 건강 상식과 식품은 범람하고, TV에선 의사 등 전문가들이 자기 말대로 안 하면 곧 큰병에 걸릴 듯 엄포를 놓습니다. 이즈음 옛 선인들의 건강 지혜를 찾아봄직합니다. 조선시대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전하는 건강 상식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침을 삼키면 오장(五臟)의 기를 기른다"

'입 안에 자주 침을 고이게 해서 삼켜라'거나 '침은 소화제'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전해져옵니다. 과학적으로도 입안에 고인 침에는 아밀라아제, 히스티딘 단백질 등 녹말을 분해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세균을 죽이는 항균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입증됩니다.

일본의 한 의과대는 침과 에이즈(AIDS) 바이러스를 섞어 배양했더니 상당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허준특화거리에 있는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의 캐리커처 동상. 정기홍 기자

'침의 효능'을 소개한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 양생법(몸 안에 정기를 부르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옛 의서(醫書·의학서적)에 소개된 글을 해석한 것이기에 다소 어렵지만 가능하면 쉽게 풀도록 애썼습니다.

침을 활용해 양생을 하는 방식으론 ▲태아처럼 숨을 쉬는 '태식법(胎息法)' ▲몸의 사지를 움직여 기를 운반하는 '인마도인법(按摩導引法)' ▲금단(영험한 약)을 만드는 '환단내련법(還丹內煉法)'이 있습니다.

먼저 태식법(胎息法)을 알아봅니다. 아이 밸 때(胎), 숨 쉴 식(息), 법 법(法)으로 '태아가 어머니 배 안에서 숨을 쉬는 방법'을 활용한 양생법입니다.

이 방법은 배로 숨 쉬는 과정에서 나오는 침으로 양치를 한 뒤 삼키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밤 10시쯤에 눈을 감고 동쪽을 향해 책상다리(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이어 힘을 써 배 속에 있는 나쁜 공기를 내뿜은 뒤 숨을 멈추고, 코로 맑은 공기를 천천히 몇 모금 들이마신다.

혀의 밑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어(어떤 구멍인지 논란은 있음) 아래로 신(腎·신장, 즉 콩팥)과 통한다.

이어 혀로 입의 천장을 받치고 숨을 한동안 멈추면, 침이 절로 나와 입 안에 가득찬다. 이것을 천천히 삼키면 저절로 오장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기(氣)를 단전(丹田·배꼽 바로 아래)으로 가게 만든다.

가능하면 밤 1~3시에 하되 밤 4시까지 해도 된다. 또 누워서 하는 것도 괜찮다.

다음 '안마인도법(按摩導引法)'은 침을 만들어 삼키는 과정, 즉 운반(인도)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누를 안(按), 문지를 마(摩), 인도할 도(導), 끌 인(引), 법 법(法)입니다. 여기에서의 안마는 전문업소에서 받는 안마와 같은 뜻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중국 명(明)나라를 세운 태조 주원장의 16번째 아들 주권(朱權)이 쓴 책 '활인심법(活人心法)'에는 지체(肢體·팔다리와 몸)의 운동과 침을 삼키는 과정을 결합해 몸의 기를 단련하는 인도법을 제시합니다.

이와 관련해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않아 주먹을 쥐고 정신을 모은다.

이어 이(齒)를 위 아래로 36번을 부딪치고서, 손을 목덜미 뒤로 대고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뒷머리를 24번 튕켜준다.

이어 어깨의 힘을 빼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주고 입 안에서 혀를 돌려 침을 나오게 한 뒤 36번 입가심을 하고 침이 입 안에 가득 고이면 3번을 나누어 소리를 내면서 삼킨다.

이렇게 하면 용의 움직임에 호랑이가 달려가듯 한다.

또 숨을 들이쉰 뒤 멈춘 상태에서 두 손바닥을 비벼 뜨겁게 한 뒤 숨을 내쉬면서 두 손바닥으로 허리를 문질러 뜨겁게 한다.

배꼽 밑(단전)에 불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두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불의 기운을 척추를 따라 뇌로 보내고 팔다리를 쭉 펴준다.

다음에는 손을 깍지 끼어서 침을 3번을 반복해 9번 삼킨다.

그러고서 어깨와 몸통을 돌려 불 기운을 일으켜 전신을 데워준다.

동의보감은 안마도인법을 계속하면 병마가 접근할 수 없고, 꿈자리도 편안하고, 추위도 안 타고, 더운 줄도 모르게 된다고 합니다.

이 방법을 요약하면 밤잠에서 깨어나 아래 위 이를 마주치고, 침을 삼키며, 코의 양 끝을 문지르고, 손바닥과 양쪽 눈을 비벼주기만 해도 몸에 좋습니다. 또 이마를 문지르거나 귀의 끝을 문지르는 것도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환단내련법(還丹內煉法)은 금단(金丹·신선이 만든다는 장생불사 영험한 약)을 만드는 것이며, 침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돌아올 환(還), 붉을 단(丹), 안 내(內), 달굴 연(煉), 법 법(法)입니다. 풀이하면 금단이 돌아오도록(만들어지도록) 속을 달구는 법이다.

동의보감은 여기에서 침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휼륭한 수양자는 신기(神氣·만물을 만들어내는 원기)를 얻어 이 신기를 입 안에 넣고 몸의 진화(眞火·양기)를 돌려 그것(원기)을 기른다.

진화란 신양(腎陽·콩팥의 양기)의 다른 이름이며 콩팥의 음기를 말하는 진수(眞水)의 반대 말입니다.

신기(원기)가 운행(이동)하는 도중에 갑자기 꽁무니에 무엇인가가 척추를 타고 쌍관을 뚫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쪼록쪼록 소리가 나면서 상단전인 머리의 이환궁(泥丸宮·이마의 머리카락 경계선 위, 정신 활동이 발현되는 뇌 부위)으로 치솟아 올라가고 다시 이환궁에서 입천장으로 돌아와 방울방울 입 안에 떨어진다. 그 맛이 건락(치즈)과 같으며 향기롭고 단맛이 난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금액환단(金液還丹)이다.

환단내련법은 모든 정신수양법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여보소 벗님네들, 이 내 말을 들어보소. 수련법에 묘한 법이 따로 없다네. 맹호가 고함을 치고 용이 우는 야삼경에 하거(河車·神氣)를 빨리 굴려 잠시도 쉬지 말고 이환궁(뇌) 높은 곳에 쏜살같이 물고 가서 옥화로에 불을 피워 백설가이 구워내 입 안에 가득 고인 맑고 맑은 그 진액이 금단으로 바뀔 무렵, 한시라도 놓칠세라 자주자주 삼키면 팔다리가 더워지고 얼굴빛이 조아지네. 대수롭지 않은 술수가 수천이나 되지만 오직 이 방법이 올바르다네"

눈대중으로 읽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와닿지 않지만 찬찬히 읽으면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모든 침은 다 좋을까요?

침은 사람의 감정과 몸의 상태에 따라 성분과 성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마음이 평온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 만들어지는 침은 보약과 같지만 초조 불안하고, 화났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침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치로 봐도 그러한 듯합니다.

또한 침에 수분이 적으면 다른 성분의 농도가 진해져 질 좋은 침이 아니랍니다.

침 안의 수분량에 따라 침의 산도(산성 또는 알칼리성)가 달라집니다.

어느 글에서 짜장면을 먹을 때 그릇에 국물이 고이는 것은 침 때문이라고 해석을 하더군요. 침 속의 산성 성분이 젓가락을 통해 돼지기름으로 코팅된 짜장 면발에 닿아 기름을 녹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랍니다. 맞다면 과학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입안의 침은 건강하게 장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맞습니다.

특히 입 안에 도는 군침은 입 안의 병균을 막는 파수꾼으로 오장육부를 지켜줘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엄마가 자신의 입 안에서 밥알을 씹은 뒤 아이에게 먹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게 마무런 탈이 없다는 것이 이런 의미입니다.

침을 많이 나오게 하려면 혀를 천장에 대고 잠깐 있으면 침의 진액이 절로 나오고 입안에 가득해집니다. 이를 천천히 삼키면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오장으로 들어가고, 기(氣)로 변해 단전(丹田·배꼽 아래 부분)으로 들어가 몸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李滉, 1501~1570년) 선생이 쓴 '활인심방(活人心方)'이란 책에서도 침의 효능을 언급니다. 이 책은 이황 선생이 벼슬자리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마음으로 하는 몸 공부법'을 담은 책입니다.

활인심방은 중국 도가의 양생(養生) 지식을 집약한 '구선활인심(臞仙活人心)이란 책을 필사한 해설서입니다. 중국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의 16째 아들인 구선 주권(朱權, 1378~1448년)이 '활인심(活人心)'이란 제목으로 지었는데 상하 2책으로 돼 있습니다.

'활인심'이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은 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황 선생은 이 책을 필사한 이 책을 즐겨 읽고 수양을 했는데 이후부터 '활인심방(活人心方)'으로 불립니다. 현대의학으로 보면 반 노화법을 다룬 책인 셈입니다.

이황 선생은 이 책에서 '혀를 입안에서 골고루 저어 움직여 침이 많이 나오게 한 뒤 3번에 나누어 삼키고 숨을 멈추었다가 조금씩 들이마신 다음 두 손을 비벼서 잡고 이로 머리를 들어 올린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주권은 '활인심(活人心)' 서문에서 머리에 쏙 들어오는 글을 남겼습니다.

"성인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고, 의사는 병이 난 뒤에 다스린다.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는 것을 '마음을 다스린다'거나 '수양한다'고 한다. 병이 난 뒤에 다스리는 것을 '약과 음식'이나 '침과 뜸'이라고 한다. 비록 다스리는 방법은 두 가지이지만 병의 근원은 하나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기지 않는 것(병)이 없다"

그는 '의사'가 병이 생긴 근원을 알고서 이 책(활인심)을 사용하면 이 한 권의 책으로 의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사람이 수양의 방법을 행하는데 이 책을 사용하면 이 한 권의 책으로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참고용

<북한 웹사이트 '조선인포뱅크'가 소개한 침 건강법>

북한에서는 "의식적으로 침을 자주 삼키면 침의 분비를 촉진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개선돼 병을 없애고 장수할 수 있다"며 독려한다고 합니다.

다음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동의보감의 양생법이나 중국의 주권의 '구선활인심', 이황 선생의 '활인심방'의 내용과 대동소이합니다. 모두가 '구선활인심'을 기반으로 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웹사이트 '조선인포뱅크'는 지난 2005년 7월 "타액(침)을 옛날에 '옥천'이라고 한 것은 천연보약으로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침의 효능을 전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침에는 10여 개의 효소와 10여 종의 비타민, 여러 가지 광물질, 유기산, 호르몬 등이 들어있고 그 중 한 개의 타액선 호르몬은 세포의 생존과 분열을 촉진하고 몸의 기능이 쇠퇴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침은 해독 및 항암 작용을 한다고 했는데 침을 발암물질인 아질산 화합물과 황색효소(플라빈효소), 벤조피렌, 알킬화제, 기름 연기, 고기 연소물 등에 작용시키면 이 물질들의 세포 변이성이 30초 안에 완전히 없어졌다"고 전합니다.

더불어 "침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식료품과 천연식료품 첨가제의 독성에 뚜렷한 해독 작용을 하는 것이 증명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사이트는 침을 삼키는 방법을 두 개를 소개했는데 동의보감의 내용과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편안한 자세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혀를 입천장이나 위 잇몸 밖에 붙이고 상하좌우로 돌리면서 침이 입 안에 가득 고이게 한 뒤 3번을 나누어 삼킵니다. 이를 아침과 저녁에 하고 매번 9번씩 삼키면 더욱 좋다고 소개했습니다.

또다른 방법은 기공(氣功·기에 공을 들여 기를 다스리는 수련)을 배합해 침을 삼키는 방법입니다.

기(氣)를 단전(배꼽 밑)에 모은 뒤 눈을 가볍게 감고 온몸의 긴장을 풀면서 호흡을 되도록 길게 천천히 안정적으로 합니다. 혀의 끝을 입 천장에 붙이고 코로 공기를 흡입해 천천히 단전으로 내려 보내면서 배를 내밉니다.

숨을 내쉴 때는 혀 끝을 입 천장에서 떼고 공기를 단전으로부터 끌어올리면서 입을 약간 벌리고 서서히 내보냅니다. 침이 입 안에 차면 침을 단전으로 내려보낸다는 생각으로 삼킨다고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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