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 대의 가상화폐 보유 의혹을 받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게임업체인 위메이드의 게임 코인인 '위믹스' 80만개를 보유하고, 최고가 때는 60억 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투자도 있어 총 투자액이 최고가 땐 무려 100억대였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김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의원총회를 열기로 해 이를 피하지 못해 탈당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시로 지난 12일 시작된 윤리감찰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도 하지 못할 전망이다.
당규 제18·19조에는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후, 심사 종료 전에 징계 회피 목적으로 탈당하는 경우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당규 제21조에는 징계 절차 시작 요건으로 '당 대표의 지시를 받은 윤리감찰단의 징계요청이 있는 경우'로 돼 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윤리감찰단이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회부하지 않았기에 '징계절차 개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비명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의 징계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건가.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 가는 꼼수 탈당”이라며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까지 당이 나서서 당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 의원의 반성 없는 모습,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탈당은 위선이고 파렴치하다. 진짜 반성한다면 국회의원 사퇴가 우선이고, 당에 대한 사과가 아닌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일제히 맹비판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탈당하면 민주당 진상조사도 진행하기 어렵고, 가상자산 매각 권유도 안 따라도 되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내부 정보 취득과 코인 거래는 계속할지도 모르는데, 반성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탈당”이라고 밝혔다.
그는 “말 돌리지 말고 상임위 도중에 코인 거래 했나, 안했나. 그리고 아직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위믹스 구입 시기와 가격, 판매 시기와 가격을 공개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자금 출처를 소명하기 어렵고, 비정상적인 거액이 오간 것이 아니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며 “탈당? 국민들은 더불어도마뱀의 꼬리자르기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면 매번 이런 식의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느냐”며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상만 의원에 이어 김남국 의원까지, 이쯤 되면 민주당은 탈당이 면죄부를 받는 ‘만능 치트키’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치트키란 치트 코드로 불리며 비디오게임 중에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할 때 일종의 속임수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왜 신생 코인에 거액을 투자했냐’고 물었더니 ‘손해봤다’며 동문서답을 하더니, 이제는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민주당 탈당이라는 뜬금포로 대답하니, 이는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탈당하는 순간까지도 민주당에 대한 미안함만을 내비쳤을 뿐, 국민께 진정으로 사과한다는 표현 하나,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는 진정성 한 줌 보이질 않았다”면서 “오늘 김 의원의 탈당으로 그의 머릿속에 국민이 없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을 뿐이고, 행여 민형배 의원처럼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당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면 당장 접으라”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쇄신 의원총회로 의혹을 밝힌다더니 시작도 전에 탈당부터 시킨 것을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이 밝혀져서 서둘러 꼬리자르기부터 한 것은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어 “탈당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허위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늘 이런 식이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책임지는 자세는 1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당을 나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의혹을 뭉개고 지나가려고 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김 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질과 자격이 전혀 없다”며 “그런데도 도대체 무엇을 더 밝히겠다는 것이냐. 김 의원의 탐욕과 뻔뻔함만 더욱 드러낼 뿐”이라고 전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 "김남국 의원의 '탈당한다'가 '곧 복당한다'로 들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당 탈당이 ‘복당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전례를 많이 봤고, 진정성 없는 일시적 도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스스로도 ‘잠시 떠난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난 코스프레하는 ‘코인 부자’의 방탄용 탈당쇼가 청년들을 두 번 울린다”며 “위선에 한 번 울고, 몰염치에 두 번 운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지극히 좋지 않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좌파들의 적나라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뭐냐?? 국민의힘보다 정의롭고 깨끗한가? 조금 능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내세우고 지지를 호소했던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인가? 자질도 안되고 도덕성에 인성까지... 정말 실망스럽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푸하하하 재명이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끝냈네 내년 총선때 보자!"라고 했다.
한편 대다수 민주당 지도부 구성원들은 김 의원의 탈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