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생활 속의 지혜'를 배우는 코너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고담준론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사랑채에서 나누는 이야기식으로 보다 쉽게 풀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29일 SBS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등산객에 길 안내를 하는 부부 개' 방송을 했습니다.
울산시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 간에 걸쳐 있는 정족산(鼎足山) 자락의 절에서 사는 개인데, 등산객만 올라오면 길 안내를 하더군요. 사찰 불자는 인도하지 않고 등산객만 인도한다니 이런 걸 두고 희한하다고 하지요.
비슷한 사례는 언론을 통해 몇 군데가 더 소개됐습니다. 다른 방송을 보니 등산객들이 정상에 오른 뒤 고생했다며 고기를 주더군요. 이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한 부부 개의 모습. 앞의 수컷인 '금둥이'가 등산객을 안내하고 아내격인 '복순이'가 뒤를 돌보고 있다. 방송 캡처
그런데 "이들 개가 등산객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내래이션(내용 해설)을 듣던 가족이 "순수 우리말 아니냐"고 하더군요.
아닙니다.
넉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입니다.
오매불망(寤寐不忘)은 '깨나 자나 잊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깰 오(寤), 잠 잘 매(寐), 아닐 불(不), 잊을 망(忘)입니다. 자주 쓰고 누구나 대략의 뜻은 아는 사자성어입니다.
하지만 유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오매불망은 사서삼경(四書三經)에서 삼경으로 잘 알려진 시경(詩經·시가집)에 실린 '관저(關雎)'의 시구 '오매구지(寤寐求之) 오매사복(寤寐思服)'에서 유래됐습니다.
참고로 시경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유교 경전(經典·성인의 말과 행실을 적은 글)의 하나입니다. 유교에서 경전으로 삼는 책으론 사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와 삼경(시경, 서경, 역경(주역))이 있습니다. 여기에 예기와 춘추를 더해 사서오경이라고 하지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오매구지(寤寐求之) 오매사복(寤寐思服)'를 탐구해봅니다.
관저에서는 이와 관련해 '참치행채(參差荇菜), 좌우유지(左右流之), 요조숙녀(窈窕淑女), 오매구지(寤寐求之). 구지부득(求之不得), 오매사복(寤寐思服), 유재유재(悠哉悠哉), 전전반측(輾轉反側)'이란 시구로 나옵니다.
시구의 주요 낱말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치(參差)는 자칫 '삼차'나 '참차'라고 잘못 읽기 쉽습니다. 참치라고 읽고 '들쭉날쭉한 모양'을 뜻합니다. 유(流)는 흐름을 뜻하지만 '구할 구(求)'로 해석합니다. 오매(寤寐)는 앞에서 풀이한대로 '자나 깨나'의 뜻입니다.
이어 전전(輾轉)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반측(反側)은 '거듭한다'는 뜻으로 반복과 같습니다.
이 정도면 위의 시구가 대략 이해될 듯합니다만, 대충 이해하고 넘겨도 좋겠습니다.
해석을 하면 '들쭉날쭉 행채풀을 여기저기 구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자나 깨나 찾네. 구해봐도 못 구해 자나 깨나 생각하니, 막연하기도 하여라 이리저리 뒤척거리네'입니다.
이는 남녀 간인 군자(君子)와 요조숙녀의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시입니다.
공자(孔子)는 이를 들어 "화락(和樂·화평하고 즐거움)하되 음란하지 않고, 슬퍼하되 정도를 넘지 않았다(樂而不淫, 哀而不傷)"라고 평했습니다.
이 시에서 유래한 '오매불망'은 뒷 구절의 '전전반측'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해 잠 못 들고 뒤척이는 경우'만을 비유했지만 나중에 '근심이나 생각이 많아 잠 못 드는 것'으로도 쓰이게 됐습니다.
오매(寤寐)는 매우 어려운 한자인데 '자나 깨나 언제나'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사자성어도 풀어봅니다.
오매불망(寤寐不忘)은 '자나 깨나 잊지 못함'을, 오매구지(寤寐求之)는 '자나 깨나 늘 찾음'을, 오매사복(寤寐思服)은 '자나 깨나 그리워함'을 뜻합니다.
덧붙여 오매사복(寤寐思服)은 이 시구가 나온 한참 이후인 중국 청나라 초기의 고전 인 '전서(戰書)'에서도 나옵니다. 왕정(王鼎)이란 사람이 '적의 복장(服)을 자꾸 생각하고 논하다가 밤에도 잊지 못해 자다가 깨어나 생각했다'는 기록입니다.
일상에서 자주, 쉽게 써오던 '오매불망'의 유래가 이렇게 깊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네요. 순수 우리말도 아닙니다.
어쨌거나 '오매불망'이란 사자성어에 위와 같은 유래가 있다는 것만 알고 가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