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산의 구시가지인 마산합포 선거구는 마산항과 마산어시장이 있어 오랫동안 마산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또한 창동 일대는 경남의 최고의 상권이었다. 하지만 상권이 창원 신도시로 이동해 침체일로를 겪는 곳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곳의 최대 이슈는 '해양신도시 건설사업'이다. 장기표류로 해결책이 만만찮아 각 후보 진영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인공섬에 첨단도시를 만든다는 이 사업은 섬만 만들어 둔 채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해양신도시 건설사업은 지난 1998년 해양수산부의 마산항 광역개발 기본계획으로 시작됐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민간사업자 공모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지만 시행자 선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며 공전을 하고 있다.
그나마 해양신도시 옆에 만든 해양누리공원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 두 후보 이력
창원 마산합포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옥선(59) 후보와 국민의힘 최형두(61) 후보가 겨룬다.
이 후보는 약사다. 마산월포초교, 마산의신여자중, 마산제일여고, 덕성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경남대 대학원 협동과정을 졸업(문학석사)했다.
민주당 중앙당정책위원회 부의장이다.
민주노동당 마산지역위원장을 역임한 이후 5대 마산시의원이 됐다. 이후 통합창원시 의원에 두 번 당선됐고, 11대 경남도의원도 역임했다.
이 후보는 생활밀착형 스타일이다. 따라서 골목 지지세가 강하다.
그는 제4회 지방선거에서 민노당 소속 마산시의회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진보좌파 정당의 무덤인 마산합포에서 3번 시의원을 한 이후 경남도의원으로 당선됐다.
이 후보는 2012년 총선 때 창원시의원 신분으로 총선 지원을 하느라 의정활동에 소홀했다며 의정 활동비를 반납해 화제가 됐다. 다만 타협을 잘 하지 않아 부담스럽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2021년 전국지방의원 풀뿌리 의정대상’에서 복지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후보는 제8회 지방선거 경남도의원에서는 낙선했다. 하지만 마산합포 진보좌파 후보 중 유일하게 35%를 얻었다.
이 후보는 “새로운 정치, 도약하는 마산에 대한 ‘희망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인 최 후보는 마산 합포에서 태어나 무학초교→회원초교, 창신중, 마산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방문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국민의힘 경남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재학 때 대학 운동권의 핵심이던 ‘전국민주화투쟁학생연합’(민투련) 공동의장을 맡아 당시 민주정의당 당사 점거를 주도해 지명 수배된 이력도 있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신문 기자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이력을 활용해 방송 등 다양한 채널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최 후보는 소탈하고 적을 안 만드는 성격이 강점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그는 자전거 즐겨탄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경남의 최다선인 5선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주영 의원을 이어 세대교체를 이뤘다.
▶두 후보의 해양신도시에 대한 입장
마산합포구는 창원시에서 경제 수준이 가장 낮아 지역민들은 해양신도시 건설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창원의 랜드마크가 돼 이 일대는 일약 대변신을 하게 된다.
해양신도시 개발사업은 지난 1996년 해수부가 마산항 기본계획을 수립, 가포신항만 건설 과정에서 나온 준설토로 마산 앞바다 64만 2000㎡를 메워 인공섬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해수부와 마산시(현 창원시)가 2003년 ‘서항·가포개발계획 협약’을 한 뒤 2007년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실시협약을 했다.
하지만 가포신항만의 경제효과 예측이 비나가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이에 국비 지원이 중단되자 시는 전체 개발부지의 68%인 43만 9000㎡에 자연 친화 및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공공개발하고, 나머지 32%인 20만3000㎡는 민간자본 유치구역으로 개발하는 민간복합개발사업으로 전면 수정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해양신도시 마산 자원화 프로젝트'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지방예산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방비와 국비 비율을 5대 5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을 국가가 책임을 지지 못하면 지방세 비율 확대로 지방세수를 충당해 지방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디지털 산업단지로 먼저 착공하고, 주거·문화·산업·자연이 공존하는 청년혁신지구를 조성해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 지역으로 만드는 복안을 내놓았다.
반면 최 후보는 해양신도시는 AI시대에 마산합포가 디지털혁신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 거점지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22대 의정 활동에서 이곳을 국내 첫 '디지털자유무역지구' 지정을 이끌어냈다.
최 후보는 이곳에 “DNA(Data-Network-AI) 혁신타운을 건립해 미래첨단산업을 유치하고 해양신도시에 아마존, MS,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한국법인 본사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당찬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인근인 해양신도시와 해양누리공원, 돝섬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국내 최고의 해상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밑그림도 제시했다.
최 후보는 이 일대에 국립현대미술관 개방형 수장고를 유치하고 문신 해양조각공원, 부유식이동 3·15해양조명분수 설치, 마산항 야간조명, 해양누리공원 테마숲 등을 조성하고 이곳에 해양뮤직페스티벌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의 정치 성향과 역대 선거 결과
마산합포는 창원시 5개 선거구에서 보수색이 가장 짙은 곳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마산합포도 야당이 득세한 시절이 있었다. 인근 거제 출신인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 거목으로 활동하던 때다.
이후 1990년 노태우-김종필과 전격 3당 합당을 하면서 이곳 민심은 보수로 급격히 바뀌었고 지금까지 보수 분위기가 이어진다. 3당 합당 이후 진보좌파 성향 정당의 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국민의힘에서 많은 예비후보가 출마했었다.
다만 최근 현동·가포동·월영동·교방동에 대단지 택지가 개발되면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보수우파의 정치색이 다소 옅어진 경향은 있다.
14대 총선(1992년) 당시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호일 후보가 민주자유당 백찬기 후보를 63표 차이로 꺾고 재선했다.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마산합포는 보수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당선을 이어갔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2022년)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64.6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1.42%를 득표, 두 배 차이로 이겼다. 창원의 5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직전 지방선거(2022년)에서도 경남도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창원시의원은 국민의힘이 7명, 민주당이 1명 당선됐다.
하지만 앞선 제7회 지방선거 창원시장 선거(2018년)에선 합포 출신인 민주당 허성무 후보(41.45%)가 2위 후보보다 6.9% 앞섰다. 다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후보가 18%를 차지해 보수표가 분산됐다.
21대 총선(2020년)에서 최 후보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62.96%를 얻어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다만 제8회 지방선거(2022년 6월)에서도 이 후보가 도의원에 입후보해 낙선했지만 마산합포구 3개 선거구 진보좌파 정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35.35%)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마산합포 선거구는 더이상 보수의 성지가 아님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
마산합포의 이번 총선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과 16년간의 지방의원 경력의 대결 구도다.
국민의힘 최 후보는 “재선해서 두 배 더 일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민주당 이 후보는 “새 마산으로 바꿔보자”며 파고들고 있다.
최 후보는 지난 21대 국회 입성 때 약속했던 '디지털혁신도시' 지정을 성사시켜 마산을 재도약시킬 주춧돌을 놓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합포를 마산 디지털혁신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재선이 되면 더 힘 있고 속도감 있는 의정을 펼쳐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경남 글로벌게임센터, 초대형 제조 AI 글로벌 센터 등을 만들어 마산을 디지털혁신도시로 만들고, 남해안권 관광산업 관문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15분 도시' 개념을 제시했다. 대전~통영간 남부내륙철도의 마산선 개통으로 마산-서울간 2시간 30분대 실현도 내놓았다.
또 민관 합작 투자개발사업 방식의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남해안 관광 관문도시, AI 맞춤형 스마트교육도시, 마산 문화예술 맛기행 르네상스 공약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 이 후보는 지방비와 국비의 비율을 5대 5로 바꾸어 지방재정을 늘리고 지역발전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해양신도시 개발사업과 맞물린 틀이다.
또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보건 향상을 약속했다.
그는 큰 프로젝트가 아닌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전세사기·보이스피싱·대출사기 등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생활밀착형 공약에 중점을 두었다.
마창대교·로봇랜드·해양신도시 등 지역의 대형 현안에 대해선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관련해 마창대교 통행료 인하, 로봇랜드 활성화, 해양신도시를 스포츠단지 및 4계절 공원 조성, 돝섬 및 구산해양관광단지 등을 연계한 관광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 후보는 마산합포구 실물경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현실에 접목시키는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이에 맞춰 마산만 여객서비스 재개, 광암해수욕장 관광인프라 확충은 물론 현안인 오동동 먹거리 타운 조성, 창동 쇼핑거리 부활, 부림시장 한복특화거리 조성, 어시장 옛 ‘홍콩빠’ 복원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후보는 특히 창원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합포에 국가지원의 요양마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개발·재건축과 도시재생을 융합해 종합 디자인하는 ‘지구단위 생활권 정비 마스터 플랜’을 제안했다. 이후 고밀도 중심 생활권의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15분 도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