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7천억 원대' 장학재단으로 알려진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이사장에 이석준(70) 삼영화학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선출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회장의 선친으로 이 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은 재단 운영을 가족에게 맡기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별세 직전 마음을 돌려 가족에 되물려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명예회장은 경남 의령군 의령읍 무전리에서 태어났다. 무전리 인근인 용덕면 정동리에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을 본 딴 '관정헌'을 만들어놓아 이곳을 '생가'로 부른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도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태어나 의령은 '부자의 기'가 흐르는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6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이 회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겠다는 관정재단 이사회의 요청을 인가했고 곧바로 취임했다.
공익 법인인 관정재단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정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이 전 명예회장의 별세 후 재단 승계를 막으려는 관계자와 이석준 회장 간 마찰이 있었다. 마무리가 잘 됐지만 억측이 확산할 것을 고려해 취임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정재단은 이 전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6월 설립해 2002년 사재 5000억 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 나이로 100세(상수·上壽)에 별세하기 전까지 관정재단에 1조 7000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장학재단이다.
그동안 매년 1000명 안팎의 국내외 대학 재학생에게 150억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지금까지 1만 2000여 명이 2700억여 원의 장학금을 받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명예회장은 생전에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라는 말을 만들어 인재 양성을 통해 한국을 과학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공수래(空手來)는 '빌 공(空), 손 수(手), 올 래(來)'로 빈손으로 세상에 온다는 뜻이고 만수유(滿手有)는 '찰 만(滿), 손 수(手)', 있을 유(有)'로 손에 가득 채운다는 뜻이고, 공수거(空手去)는 '빌 공(空), 손 수(手), 갈 거(去)'로 세상에 돌려주고 빈손으로 간다는 뜻을 지녔다.
관정재단을 둔 이해 다툼 등 곡절은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이 전 명예회장은 90세가 되던 지난 2013년 삼영화학그룹 회장직을 장남 이 회장에게 넘겼지만 이후 이 전 명예회장이 “삼영화학 경영 실적이 악화했다”며 아들을 비판하는 등 부자 간의 갈등이 있었다.
이어 이 전 명예회장은 2021년 5월 ‘특별 유훈’을 작성했다. ‘유언자 본인의 직계 비속(卑屬)은 관정재단의 임직원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명예회장은 그 이유로 “혈육이 재단 일에 관여하면 재단 설립 목적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관정재단 이사회에서 이 회장이 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고, 이 전 명예회장은 별세 5일 전 유훈(遺訓)으로 “장남 이석준이 관정재단 이사장으로 운영에 참여하라”는 내용을 남겼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전 명예회장 가족이 관정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정관을 수정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인가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오는 10일 서울대 관정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열리는 관정재단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외부 일정을 시작한다.
관정도서관은 2012년 이 전 명예회장이 낙후된 서울대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새로 지으라며 서울대 역사상 최다인 600억 원을 기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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