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드민턴 비(非)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이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폐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지난달 끝난 2024 파리올림픽 이후 안세영(22) 선수가 협회와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의 불합리한 규정과 잘못된 관행 등을 비판했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했다.
문체부는 “올림픽 당시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체육계의 낡은 관행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올림픽 직후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그동안 총 22명의 국가대표 선수 의견을 들었고 부상 관리, 후원용품 사용 범위, 선수천 생활 개선, 국제대회 출전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5일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직후 “앞으로 대표팀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무릎 부상을 두고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게 그 이유였다.
이후 협회의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후원사 용품 사용 강제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자신이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배드민턴협회는 비국가대표 선수의 세계배드민턴연맹승인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이 국장은 이 제도가 “선수들의 직업 행사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폐지하도록 (배드민턴협회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협회와 실업배드민연맹과의 계약 과정에서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 지나치게 긴 기간(고졸 7년, 대졸 5년), 군 복무 기간 미산입 등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실업연맹이 있는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은 이 규제가 없다.
이 국장은 “후원용품의 계약 방식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지적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유니폼뿐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일괄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체부는 “인터뷰한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쓰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후원사의 후원금 배분 과정에서의 문제도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배드민턴협회가 받은 후원사 후원금의 20% 약 72만 불(약 9억 6768만 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분됐는데,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이 배분 조항을 삭제했다.
과거에는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로부터 직접 개인 보너스를 받았으나 지금은 협회가 일괄 수령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사항 역시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국장은 “협회의 전체적인 상금 지원체계 확인, 다른 종목과의 비교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협회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배드민턴 단식은 선수의 경기력을 100%로 선발한다. 하지만 복식은 경기력 70%, 평가위원회의 주관적 평가 점수가 30% 들어간다. 당초 50%였으나 2021년 공정성 논란으로 10%로 축소됐다가 올해 2월 다시 30%로 확대됐다.
국내의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 44개에서의 국가대표 선발과 해외 선발 사례를 비교해도 주관적 평가는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추첨으로 파트너와 상대팀을 정하는 경기력 측정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국장은 "배드민턴협회의 보조사업을 점검한 결과, 배드민턴협회장의 배임 및 횡령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드민턴협회장과 협회의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주도해 대외 물품을 후원사에서 수의계약 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추가로 후원사로부터 받은 물품 1억 5000만 원 상당을 구두계약 했다.
후원 물품은 지역 배드민턴협회로 이미 배분됐고 이 중 약 3분의 1이 협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지역으로 배분됐다.
올해는 협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1억 4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았으나 협회 임의로 배부하거나 보조 사업 목적과 관련이 없는 대의원총회 기념품이었다.
문체부는 올해 후원금 실지급액 및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 중이다.
감독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체육회에 배분 물품 조사에 협조를 요청힌 상황이다.
이 국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사항만으로도 협회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고,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협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마치는대로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운영 정황과 국가대표 후원 물품의 관리 부실, 목적 외 사용 정황도 발견됐다.
문체부는 “9월 말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