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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vs "준설 해야"···경남 창원천, 역대급 폭우에 범람 위기 넘겨 논란 종지부

창원시, 지난 5월 폭우 범람 피해 막기 위한 준설 마무리
20~21일, 대조기와 500mm 폭우 겹쳐도 범람 않아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9.23 18:13 | 최종 수정 2024.09.24 22:07 의견 0

지난 20~21일 경남 창원시에 500~600㎜의 기록적인 비가 내려 2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피해가 잇따랐지만 창원 도심지를 관통하는 하천인 창원천은 범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에 쌓였던 퇴적토 준설 효과로 분석됐다.

특히 대조기(大潮期·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와 폭우가 겹치면서 하천 수위가 상승했으나 지난해와 같은 범람 위기는 없었다. 이는 지난 5월 마무리한 하천 퇴적토 준설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창원천 전경. 창원시 의창구 용동에서 발원해 창원공단을 거쳐 마산만으로 흘러간다. 창원시

창원 시내를 흐르는 대표 하천인 창원천과 남천. 창원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이틀 동안 경남 남해안에는 시간당 10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창원에는 529.4㎜(최대 덕동 604㎜),의 폭우가 집중됐다. 특히 21일 하루에만 내린 비는 창원의 경우 397.7㎜였다. 현대 기상 관측을 한 2009년 7월 이후 역대 9월 중 가장 많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21일 창원과 인접 김해에 내린 강수량은 2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확률"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밤 물이 크게 불어난 지귀종합상가 옆 교량 아래 창원천 모습

21일 밤 창원시 명서동 파티마병원 인근 창원천에 폭우로 물이 불어나 마산만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원인도교 아래 모습이다.

창원천은 창원중앙역 인근인 의창구 용동 비음산에서 발원, 도심과 공업 지역인 봉림동, 반송동, 대원동과 봉암갯벌을 거친 뒤 웅남동에서 창원 제1하천인 남천과 합류해 마산만으로 흘러나가는 지방하천이다. 창원 도심지와 창원국가산업단지를를 관통하며 하류부에서 의창구 하남천과 내동천과도 합류해 바다로 유입한다.

경남도청 근처인 용동(오른쪽)에서 발원해 신창원역 인근을 거쳐 마산만에 이르는 창원천. 마산만에서 합쳐지는 아래 하천은 성산구 성주동 불모산에서 발원해 성산구를 거쳐 흐르는 남천이다. 네이버 지도

특히 바다와 가까워 집중호우와 만조가 겹칠 경우 범람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실제 지난 2009년 이후 집중호우나 태풍 때 여러 차례 범람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태풍 '카눈'이 관통하며 범람 직전의 위험 수위에 도달해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에 창원시는 창원천 범람의 원인이 하류부에 20여 년간 쌓인 퇴적토로 인한 통수(通水·물이 통함)단면의 축소로 인한 원인이 크다고 판단, 지난 5월 예비비 1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 창원점~덕정교 구간(약 1km)을 준설했다. 또 합류 하천인 하남천 명곡동 일원(약 560m)도 준설을 마쳤다.

창원시의 준설 결정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전임 허성무 시장(현 의창구 국회의원) 때인 지난 2021년 4월 12일 시는 창원 도심 2대 하천인 창원천과 남천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서식하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허 시장은 창원천, 남천에 수달 서식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도 했다. 시가 초빙한 환경다큐멘터리 전문감독이 4월 4∼5일 두 하천에서 수달 여러 마리(창원천 1마리, 남천 3마리)가 두 하천에 각각 사는 것을 영상으로 찍었다.

또 어미, 새끼를 포함한 수달 가족이 물고기를 쫓거나 헤엄을 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자취를 감췄던 1급수 서식 어류 은어와 회유성 어종 연어가 전년에 두 하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허 시장은 "수달 서식지 등 도심 속 생태자원 보호하는 중장기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바닥을 파내는 결정은 환경론자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시 기후환경국 하천과 관계자는 23일 더경남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준설 반대가 심했지만, 최근 폭우가 잦아져 자칫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근본적인 폭우 치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폭우가 쏟아졌을 땐 만조 때도 아니었는데 상류에서 쏟아져 내려온 물로 인한 범람 위험으로 조마조마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홍남표 현 시장은 환경을 지키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지만 인적인 큰 재앙을 우선 막아야 한다고 판단해 준설을 결정했다.

준설 효과는 이번 역대급 호우에 크게 나타났다.

폭우가 집중된 지난 21일 오후 대조기와 겹치며 창원천에 합류되는 내동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일시적으로 범람 위험에 다다랐다. 하지만 하도 정비를 완료한 창원천으로 하천수가 유입되면서 서서히 수위가 떨어지며 범람 위기를 벗어났다.

창원시는 "지난해 범람 위기를 겪었던 창원천이 범람 우려가 있었으나 수위만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하천 준설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홍수 예방을 위한 하천 준설사업이 시민 안전과 생존권 확보에 반드시 필요하며,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등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수 방법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홍남표 창원시장이 21일 밤 창원 파티마병원 인근 대원인도교에 나와 범람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창원시

홍남표 창원시장은 "기후 위기로 변화된 환경이 불러온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며 "적기에 퇴적토를 제거하는 등 하천 정비사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돼 하천 정비사업을 지속 추진해 하천 재해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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