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소나무재선충이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도 증가일로에 있다. 이 병에 한번 걸린 소나무는 백약을 써도 소용이 없고, 결국 말라죽기 때문에 예방만이 최선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맞는 수종으로, 피해가 확산돼 다 죽으면 국민들의 정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나선 경남 고성군의 피해 현황과 방지책 등을 알아본다.
소나무재선충은 병을 옮기는 매개충(솔수염하늘소)이 소나무에 침입, 급속도로 증식해 나무의 물과 영양분 통로를 막아 단시간에 소나무를 완전히 말라 죽게 만든다. 감염 후엔 고사율(枯死率)이 100%에 달하며 아직 치료제가 없어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린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 차단 예비비 투입 등 선제 대응
최근 겨울철과 봄철 기온 상승으로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의 매개충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고성군 방제 예산은 지난해 7억 3100만 원, 올해 8억 원으로 약간 늘다가 내년엔 5억 700만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피해 확산 속도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군은 국비 보조를 통한 방제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내년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완전 방제를 목표로 자체 예산으로 편성된 예비비 8억 원 등 15억 원을 투입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발생 추이 및 방제 전략
고성군의 소나무재선충병은 20년 전인 2004년 4월 영오면 성곡리에서 처음 발생했다.이후 방제사업을 지속해 왔으나 지금은 고성군 전역에 감염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 등의 영향으로 피해가 급증해 5~10월 약 8150그루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4월까지는 4150그루가 추가 발생해 총 1만 2300그루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선충병으로 피해를 입은 소나무림은 마치 빛 바랜 가을철 단풍이 든 산림을 연상시킨다. 죽은 소나무는 단순히 산림의 미관상 문제뿐 아니라 인근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고성군은 주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주요 생활권역과 도로변 가시권 내 피해목 등을 중심으로 우선 방제에 나설 방침이다.
▶다각적인 방제 전략 구사해
소나무재선충병의 방제는 현재 가용한 자원만으로는 완전 방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은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솔수염하늘소)의 활동 시기를 기준으로 방제 시기가 결정되는데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 매개충이 소나무에서 월동하는 시기에 방제 작업을 한다.
방제는 보통 고사한 소나무를 일정 크기로 자른 뒤 약제를 뿌리고 방수포를 덮어 밀봉하는 '훈증 방식'과 원목을 직경 1.5cm 이하로 잘게 부수어 매개충의 서식처를 제거하는 '파쇄 방식'으로 이뤄진다.
군은 기존의 훈증·파쇄 방식 외에 다양한 방제 전략으로 방제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먼저 군 직영 방제단을 운영해 최근 신규 피해지 및 피해 확산 우려지 소나무에 예방주사를 놓을 계획이다.
예방주사는 지난해 고성읍·개천면 등 63ha(3만 7533본), 올해 거류면·마암면 등 18ha(3851본)에 놓았고 내년에는 고성읍·회화면 등을 중심으로 40ha(3만 본)에 놓을 계획이다.
이 밖에 재선충병 집단 피해지에 숲가꾸기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숲가꾸기사업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산림 내 간벌 작업으로 소나무의 식생 밀도를 조정해 매개충의 활동 범위를 축소시킬 수 있다. 현재 하반기 숲가꾸기사업을 통해 약 100ha의 소나무림에 숲가꾸기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소나무재선충병의 인위적인 확산을 방지하고 소나무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가을철 소나무류 이동 특별단속을 하고, 지속적으로 소나무류 무단이동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철저한 안전관리로 임업 재해 제로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현장에서 벌목작업으로 전국에서 4명이 사망했다.
산림작업 현장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응급의료 인력이나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11월부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시공사·감리 및 직영 방제단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은 산림작업의 특성에 맞춰 주요 재해 사례와 안전사고 예방법, 임업 기계의 사용 요령, 산림 작업의 안전관리 전반 사항 등 방제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맞춤형 교육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다.
또 관내 산림사업법인 업체 16개 대표와 고성군산림조합이 협력해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의 운영으로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 및 위험성평가를 하고 작업장별 정기적으로 합동 안전점검을 할 계획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 속도에 비해 방제 예산의 부족으로 방제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라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군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며,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적극적인 방제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