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하룻날, 경남 진주 지방엔 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 지방엔 비구름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 비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아직 겨울 날씨가 지속돼 춥기 때문입니다. 설 직전부터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설에 강풍마저 불었습니다. 진주에는 설 전후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매우 추웠습니다.

하지만 이 비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될 것입니다. 며칠 후 전국에 다시 폭설을 동반한 추위가 찾아온다지만, 분명 봄 마중 비임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3일이 봄이 온다는 절기 '입춘(立春)'입니다.

겨울의 끝자락 날, 내리는 비 스케치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비'이지요.

늦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경남 진주시 진성면 월령저수지 모습. 비는 촉촉히 대지를 적시고, 빗방울은 물 위에 작은 물결을 만들어 산골 저수지 정취는 더할 나위 없다.

저수지에 떨어진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작은 동그라미들이 물 위의 작은 눈꽃송이처럼 보여 이채롭다.

저수지 가의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바로 떨어지는 빗방울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그려내고 있다. 옆에서는 겨우내 푸르름을 지켜온 조릿대가 비 내리는 저수지 정취를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늦겨울비가 떨어지고 있는 월령저수지 전경. 낙락장송은 아니지만 푸르름으로 겨울 저수지를 지킨 소나무와 지난 가을 낙엽을 떨구고 나목으로 겨울을 이겨낸 참나무가 겨울비를 반기고 있는 듯하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칡넝쿨과 저수지 정경. 지난 가을, 잎과 이별했던 넝쿨도 이 비가 그치면 봄을 서서히 준비할 것이다.

늦겨울 저수지에는 각기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다. 맨 아래는 설 전후 추위에 꽁꽁 언 곳이고, 중간은 이틀 정도 기온이 조금 올라 녹았다가 살얼음이 언 곳이고, 맨 위쪽은 얼음이 완전히 녹은 곳이다. 저수지 위 두 개의 띠가 구분시킨다.

도화지에 그린 듯한 3색 정취의 저수지.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살얼음이 언 곳(왼쪽)과 얼음이 완전히 녹았거나 얼지 않았던 곳(오른쪽), 떨어진 낙엽이 누런색을 잃지 않고 있는 곳(위쪽). 오롯이 산골 저수지만이 연출할 수 있는 호젓한 늦겨울 정취다.

왼쪽은 얼음이 녹은 곳이고 오른쪽은 얼음이 아직 녹지 않았거나 살얼음이 다시 언 곳이다. 살얼음 중간중간으로 나무 물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하지만 봄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저수지 가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 있는 모습. 이래서 이날 촉촉히 내린 비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비'라고 해야 하겠다. 진주시 진성면 월령저수지에서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