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선거 관리를 위해 직원을 해외로 파견하면서 어학 실력 확인도 없이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나왔다.
선관위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외선거 업무 지원을 위해 재외공관에 총 158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이들은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3년 간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2023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재외선거관은 외교관 신분이며 외교부 예규인 재외공관 직무 파견 업무처리지침 적용을 받는다.
이 지침에 따라 재외공관 파견 직원은 파견 전 일정 기준 이상의 공인 영어 성적(토익 점수 790점 이상)이나 해당 국가 언어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2011년 첫 재외선거관 파견 당시 '갑작스러운 파견'을 이유로 파견 후보자 선발 과정에서 외국어 성적 요건을 면제해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최초 파견자에 한해 외국어 요건을 면제했다.
이에 대한 문제는 도출됐다.
선관위는 첫 파견자 55명의 활동이 끝 뒤 ‘재외선거관 자료집’을 통해 “재외선거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일정 수준의 어학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행정원 도움이 없으면 외부에 나가 독자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직 근무 시 현지인 긴급 요청에도 응답하지 못한다”는 등의 지적을 했다.
문제는 첫 파견 때만 허용한 것과 재외선거관 자료집 지적과 달리 선관위는 2015년 4월 내부 규정을 개정해 2년 미만 단기 파견 재외선거관에 대해 외국어 요건을 면제했다.
외교부엔 ‘재외선거사무 특성상 외국어 능력보다 선거관리 능력이 중요하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업무를 한다’는 등의 이유를 제출했다.
이 결과 지난 10년 간 선관위 직원 97명이 어학 점수를 제출하지 않고 재외공관에 파견됐다.
선관위는 감사원에 “재외선거관의 주된 업무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어학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감사원은 “기본적 업무수행을 위해 외국어 능력이 필수적이고, 선관위도 재외선거관 자료집을 통해 이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2023년 5월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 4명의 자녀가 경력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 감사(직무감찰)에 착수했고, 지난달 27일 최종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