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5일 장·차관급은 물론 중간 간부들까지 자녀 및 지인 경력 채용 비리에 관련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선관위원장으로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선관위
선관위가 전날 대국민 사과를 담은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지만 여론은 더 악화됐다. 상당수 사과문 내용이 면피성이나 하나마나한 변명에 불과해 "모슨 저런 조직이 있나"하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졌다.
노 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조직 운영에 대한 불신이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만족할 때까지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인사 규정 정비 및 감사기구 독립성 강화 등 그동안 마련했던 제도 개선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외부 통제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론은 "검토만 하지 말고, 꼭 하겠다는 말을 왜 못 하느냐"고 질타했다.
노 위원장은 또 "특혜 채용과 관련해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한 직원에 대해선 오늘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 수준과 선관위 내부 기준을 고려해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독립 헌법기관이란 이유로 선거 사무뿐 아니라 인력 채용 등 행정업무도 선관위 동의 없이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다가, 2023년 김세환 전 사무총장 등 고위직의 자녀 채용비리가 드러나면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가 내심 부아가 났던지 헌법재판소에 "감사원 감사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달 27일 "독립적 헌법기구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현재 헌재 재판관 8명 중 6명은 선관위원장을 겸직했었다.
선관위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 외부적 통제가 배제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제방안 마련 논의가 진행된다면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면서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자정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특혜 경력채용의 수혜를 입은 고위직 자녀 10명의 처리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여전히 선관위에서 근무 중이다.
한편 감사원은 선관위가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결정이 나기 직전 감사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직무 감찰) 요구에 헌법기관이라며 자체 감사를 하겠다며 대립했고, 결국 감사원의 감사에서 878건의 규정 위반이 드러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