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콩을 사서 한국에서 콩나물을 키웠다면 이 콩나물은 국내산일까? 중국산일까?
콩나물의 원산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1심 재판부에서 내려졌습니다. 다만 1심 판단 후에도 논란은 지속됩니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미경 판사는 최근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57·여)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시루에서 기른 콩나물. 정기홍 기자
콩을 심어 잎이 무성하게 자란 콩밭의 모습. 경남도
A 씨는 전북 김제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2023년 11월∼2024년 1월 중국산 콩을 원료로 한 콩나물 56㎏을 국내산으로 손님상에 내놓았습니다. A 씨는 김치찌개 등에 이 콩나물을 넣어 영업을 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는 원산지 표시를 ‘중국산’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국내산’으로 해도 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A 씨의 변호인은 “음식점에서 사용한 콩나물은 중국산 콩을 우리나라에서 키운 것이어서 국내산이 맞다”고 했습니다. 콩나물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한 것은 허위가 아니란 주장입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변호인과 달리 판단했습니다.
김 판사는 "종자를 수입해 작물 자체를 생산하면 농산물의 원산지가 변경됐다고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싹이나 꽃을 피우거나 비대 성장시킨 것은 원산지 변경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콩 종자에 물과 온·습도를 조절하는 단순한 공정만으로 콩나물을 재배했으므로 원산지는 종자의 원산지를 표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 원산지표기법 시행령을 근거로 한 판단인데, 단순히 외국산 콩을 국내에 들여와서 온도와 습도 등만을 조절해 발아한 콩나물은 콩의 원산지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2018년 9월∼2024년 1월 중국산 배추김치 1만 1200㎏을 국내산으로 표시해 탕에 넣어 판매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는 행위는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리는 범죄”라며 “피고인은 상당 기간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콩나물과 김치를 사용하면서 원산지를 거짓 표시했는데도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아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짐작컨대 A 씨의 이 같은 행위가 콩나물 판단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시루에서 자라고 있는 콩나물. 옛날 시골에선 콩나물 시루가 건넌방 한 귀퉁이에서 자리했다. 콩을 넣은 시루를 쳇다리 위에 얹고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씌워 놓고 주기적으로 물을 주면서 5~6일 지나면 콩나물이 자라 나물로 무쳐먹을 수 있다. 호롱불 켜던 석유와 잡균이 들어가면 썩기 때문에 조심했다. 한국중앙연구원 누리집 캡처
하지만 콩나물 재배만을 놓고 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진 않습니다. 중국산 콩을 밭이나 논에 재배하면 국내산이 되고, 중국산 콩을 우리나라 물을 이용해 키우면 국내산이 아니란 게 참 애매합니다.
이는 한국의 땅에서 재배해 씨를 받으면 국내산이 되고, 재배해 먹거리로 사용하면 국내산이 아니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밭에서 재배해 생산한 콩을 모두 음식으로 사용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현행 원산지표기법 상으론 중국에서 가져온 콩으로 두부를 만들면 중국산입니다. 제품에 중국산 표기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번 판결을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수입한 소를 6개월만 국내에서 길러도 국내산으로 인정되는 농산품질관리법을 예로 들면서 품목별로 기준이 다른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외국 자재를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쓰면 안 되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기사를 쓰면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생각납니다. 그 옛날엔 이렇게 단순했는데 요즘 세상 너무 복잡합니다.
상급심의 판단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