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의 여왕' 이미자(84) 씨가 26~27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가수 인생 66년을 마무리한 무대를 가졌다. 3000여 좌석은 이틀간 중노년층을 중심의 관객들로 꽉 찼다.

이날 공연 타이틀은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이었다.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66년 전인 1959년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시작으로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를 열창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이미자 씨는 지난 1990년 자신이 노랫말을 쓴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등장했다

"꿈 찾아 걸어온 지난 세월 / 괴로운 일도 슬픔의 눈물도 가슴에 묻어 놓고 / 나와 함께 걸어가는 노래만이 나의 생명"

후배 가수 주현미와 조항조, 방송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 3'와 '미스 트롯 3'의 진 김용빈과 정서주가 노래를 함께했다. 무대에는 가수 3대가 나란히 섰다.

가수 이미자 씨가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을 이음’에서 열창하고 있다. 쇼당이엔티

이미자 씨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후 66년 동안 대중들과 함께 울고 웃긴, 2500여 곡을 불렀다. '살아있는 가요계의 전설'이란 말에 걸맞는 전후후무할 기록이다.

이미자 씨는 이날 무대에서 '은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마지막 무대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거창하게 은퇴까지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는 무대에 안 오르는 게 아니라 못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음반이나 콘서트는 더 할 생각이 없고, 후배 가수들을 위한 조언이나 오늘 함께한 후배 가수의 게스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가수 무대엔 오를 수 있음을 내비쳤다.

후배 가수들은 '맥을 이음'이란 공연 타이틀에 걸맞게 이미자 씨가 불렀던 레퍼토리들을 불렀다.

주현미 씨가 '아씨'와 '여자의 일생'을, 조항조 씨가 '흑산도 아가씨'와 '여로'를 열창했다.

이어 정서주 씨가 ‘눈물이 진주라면’과 ‘황포돛대’를, 김용빈 씨가 '아네모네'와 '빙점'을 불렀다.

무대 배경에는 이미자 씨 노래가 주제곡으로 사용된 1960~1970년대 흑백 영화와 TV드라마 장면들이 나와 관객들에게 '그때 그 시절'을 추억케 했다.

이날 마지막 무대로 선 세종문화회관은 이미자 씨가 1989년 데뷔 30주년 때부터 5년 단위로 대형공연을 했던 곳이다.

공연 후반부에서는 출연 가수들이 일제시대 때인 1920년대의 ‘황성옛터’를 시작으로 '귀국선', '해방된 역마차', '전선야곡', '가거라 삼팔선' 등 6·25전쟁 전후까지 격동의 역사를 노래에 실어 되새겼다.

공연을 진행하던 황수경 아나운서가 ‘팬들께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하자 이미자 씨는 "여러분이 계셨기에 그 은혜로 오늘까지 행복한 무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씀 가지고는 부족할 정도"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특히 "66년 동안 가슴 아프고 못 견딜 정도의 시간도 많았다"며 대표곡 '동백아가씨'의 금지곡 지정 이야기를 했다. 이 곡은 22년 만에 해금됐다.

그는 "35주 동안 방송 차트 1위를 하던 곡이 하루 아침에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 정말 죽어야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어 "해금된 건 여러분의 사랑과 은혜 덕분"이라고 감사해 했다.

이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곡인 '동백아가씨'가 불릴 땐 배경 영상에 동백 꽃잎들이 흩날렸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으로 시작한 곡조는 어느 무대 때보다 절절했다.

가수 이미자 씨가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고별무대에서 '동백아가씨'를 열창하자 무대 배경에 동백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쇼당이엔티

데뷔 50주년(2009년)에 발표했던 '내 삶에 이유 있음은'에 이은 '섬마을 선생님'은 3000여 관객이 함께 '떼창'으로 불렀다.

공연이 끝무렵 무대 화면에는 "오늘을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 문구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