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유레카!] '대금을 치르다'가 무슨 뜻? '외상'은요?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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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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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국 운영자 등은 이 아파트에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과 감기약·소화제·진통제를 비롯한 일반의약품 등 100여 종의 의약품들을 진열해놓고 SNS 등을 이용해 체류 외국인들에게 홍보하고, 대금을 계좌로 받은 뒤 의약품을 택배로 불법 판매했다.'
경남경찰청에서 오늘(9일) 발표한 내용입니다.
여기에서 쓴 '대금'이란 단어가 기사체 문장에서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기자는 순간 "한자로 어떻게 쓰지?"라며 머뭇했습니다. '약값'으로 쓰면 쉽게 이해되는데 20~30대가 이 단어를 제대로 이해할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좋지 않게 말하면, 조직이 변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겠지요. 이 자료를 낸 이유가 언론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행정 서비스란 점에서는 점수를 좋게 줄 수는 없겠지요. 어려운 행정용어를 쓰지 말자는 사회적인 요구가 지속 이어지고, 공직 내부에서도 캠페인을 하지만 지금껏 고쳐지지 않습니다. 고치지 않는 지도 모릅니다. 암을 예방하고 고치는, 감기약과 같은 약이 나오면 의사 직업 가치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대금(代金)은 '물건의 값으로 치르는 돈'입니다. 대신할 대(代), 쇠 금(金)이니 대신 주는 금, 즉 돈으로 풀이됩니다.
뜻이 엇비슷하게 느껴지는 대금도 있습니다.
대금(貸金)인데 빌릴 대(貸), 쇠 금(金)으로 '돈을 꾸어 준 돈'입니다. 대부금이니 대여금이니 하는 게 같은 뜻의 낱말이지요.
또 다른 대금(大金)은 앞의 대금과는 의미차가 크게 나지만 큰 대(大), 쇠 금(金)으로 많은 돈, 큰 돈을 말합니다.
'대금을 치르다'란 의미의 문구를 접하곤 수십 년 전에 시골 마을마다 있던 '점빵'과 '장부'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점빵은 가게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요즘 시골엔 가게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인지라 점빵이란 단어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추억의 영화에서나 가끔 접합니다. 요즘 젊은층에선 '슈퍼'라고 말해야 통용되겠지요.
점빵이란 단어에는 '장부(帳簿)'란 말이 반드시 따릅니다. 장부란 '물건의 출납이나 돈의 수지 계산을 적어 두는 책'입니다. 이른바 '매출(매입)계산서'이자 '매출기록부'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일 때는 농산물이 나오는 시절이 있어 나중에 수확물을 판 돈으로 갚기로 하고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점빵 주인은 가게부 같은 공책에 마을 사람들의 외상거래 현황을 적어두곤 했지요. 이게 외상 장부입니다.
요즘도 외상 거래가 성행합니다. 말이 신식이지 카드 거래도 예전의 외상 거래와 똑같은 거래 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