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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왜 포털사이트 ‘다음’을 손절하려 할까?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탈퇴도 검토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06 22:20 의견 0

카카오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일 포털사이트 다음을 오는 15일 CIC로 독립한다고 발표해 분사나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CIC(Company in Company)는 분사 대신 기업의 내부에 두고 사내벤처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다.

다음은 지난 1995년 설립됐다. 인터넷의 시작과 함께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 국내 인터넷 트렌드를 열었다. 반면 카카오는 2006년 설립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2014년 5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 했다.

합병 이듬해인 9월엔 ‘다음카카오’였던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했고 조직 문화와 사내 분위기를 카카오가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합병 9년 만에 다시 다음을 떼내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4일 올해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은 다음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다음의 1분기 실적은 PC·모바일 서비스를 포함한 ‘포털비즈’ 부문에서의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6.7% 감소한 836억원에 그쳤다.

카카오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음은 오랫동안 좌편향 논란을 빚어왔다.

뉴스 노출 알고리즘과 댓글, ‘다음 아고라’ 운영에서 과도한 이념적 논란을 빚어왔다. 대체로 보수우파 성향인 정치권과 각을 세웠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진보좌파 성향 간에도 알력을 보여 카카오의 입장이 난처해졌었다.

보수우파 정권이 집권한 현재는 다음 서비스 운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정치권은 몇 년 전부터 포털의 언론 편집권, 소상공인·소비자의 권익 침해 등을 두고 비판을 이어왔다.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기존 언론과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포털 관련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한편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평위는 포털사이트의 언론사 제휴 심사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이 공동으로 설립한 심사기구다. 제휴사 가입 및 운영 과정에서 언론사들과 불가피하게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제평위원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지속되고 심사 과정도 공개하지 않아 탈락한 언론사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계속돼왔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제평위를 비롯한 포털 운영이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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