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모르는 여성의 얼굴을 걷어차며 무차별 폭행한 축구 선수 출신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20일 강도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권 모 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부산역 인근 거리로 도망가는 전 축구선수 권 모 씨. 권 씨는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예전에 축구 선수였던 피고인이 발로 상당 시간 폭행하면 어떻게 되는지 더 잘 알 것”이라며 “피고인이 우울증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지만 범행 내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횟수나 내용을 보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살인 미수에 그쳐 법정형인 무기징역에서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권 씨는 앞선 재판에서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러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권 씨는 2008년 강도강간죄로 징역 7년을 복역했고, 출소 후 6개월 만에 편의점에서 강도를 벌여 다시 징역 5년을 받았다. 재차 범행을 저지르는 권 씨에게 법질서 준수 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권 씨는 지난 2월 6일 새벽 5시 20분쯤 부산 서구 한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골목길로 끌고 가 금품을 빼앗은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농구화를 신은 발로 이른바 '사커킥'으로 여성의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 7분간 30여 차례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한 이 여성은 턱뼈가 골절되는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 여성은 마침 근처를 지나던 행인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권 씨는 기소 후 5월부터 진행된 재판에 공황장애 등의 이유로 3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한다고 경고하자 지난달 19일 법정에 나왔다. 이달 13일에 계획된 선고일에도 불출석해 선고가 연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