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에 9월 들어 역대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예년 이맘 때면 가을 날씨에 태풍이 오는 시기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태풍은 전혀 없고, 지난 19일까지 낮최고기온이 35도에 근접하는 폭염이 지속됐지요. 추석인 지난 17일 경남 진주엔 한여름보다 훨씬 더 높은 38도까지 올랐습니다. 부울경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극한 폭염 지대'였습니다.
그러더니 20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23일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기상 이치상 폭염 뒤 폭우가 이어진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한낮 스콜이 내려 더위를 잠시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부울경에 20~22일 3일간 비가 얼마나 퍼부었을까요. 23일 새벽부턴 비가 많이 내린 지역이 별로 없어 사실상 이틀 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듯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이틀 동안 경남 남해안에는 시간당 100㎜, 부산과 그 밖의 경남 내륙에는 5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창원 529.4㎜(최대 덕동 604㎜), 김해 431.1㎜, 부산 가덕도 426.0㎜, 고성 417.0㎜, 사천 407.0㎜, 양산 382.6㎜, 진주 307.4㎜ 등입니다.
이 중 21일 하루에 내린 비는 창원 397.7㎜, 부산 378.5㎜, 김해 368.7㎜, 양산 336.0㎜입니다. 이를 양동이로 퍼부었다고 하지요.
이들 지역은 기상 관측 이래 역대 9월 중 가장 많은 강수량으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창원과 김해는 2009년 7월 이후, 양산은 2016년 10월 이후 하루강수량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기상청은 21일 창원과 김해에 내린 강수량이 2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확률이라고 분석했다네요.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된 저기압과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경남, 부산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것이지요.
17~19일 부울경 대부분에서는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17일과 18일은 9월 일최고기온 극값 경신한 지역이 속출했습니다.
경남의 경우 18개 모든 시군에서 폭염경보(체감 35도 이상)가 발효됐는데 이중 거창과 남해만 폭염주의보(체감 33도 이상)였고 전부 폭염경보 지역이었습니다.
20일 비가 예보됐던 19일엔 극한 폭염이 약간 누그러졌지만 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당연히 열대야도 지속됐지요.
이틀간 이처럼 쏟아부어 곳곳이 물에 잠기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경남에서 최대 강수량을 보인 창원 덕동에는 산사태와 도로 침수가 이어졌지만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431.1㎜를 기록한 김해에서는 조만강 하천이 범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