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시죠? 적금 부은 거 보내요”… ‘경남 키다리 아저씨’ 전화 받고 나가 보니 4750만 원
6년간 익명으로 5억 4500여만원 기부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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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03:17 | 최종 수정 2022.12.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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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시죠? 1년간 모은 적금 보냅니다"
지난 22일 오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제한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그는 '경남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했다. 해마다 거금을 보내온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져 있어 직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1년간 모은 적금을 보낸다. 중증질환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병원비로 사용되길 바란다"면서 "내년에 또 연락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직원이 전화를 끊고 말해준 사무국 출입문 앞으로 나가보니 '키다리 아저씨'가 직접 쓴 손편지와 함께 5만원권, 1만원권 등 현금 4749만 4810원이 신문지에 쌓인채 놓여 있었다.
손편지에는 “병원비로 힘겨워하는 가정의 중증 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 이하 아동들의 의료비로 사용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어린이들이 아픔이 뭔지 모르길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편지 끝에는 '12월 어느날'이라고만 적혀 있어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키다리 아저씨'는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연말이 되면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기부금을 놓고 간다. 지난 2017년부터 연말은 물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발신제한 번호로 기부를 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온다.
그는 이미 올해 3번이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울진삼척 대형 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을 위해 600만원, 지난 11월에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 지원을 위해 1000만원의 성금을 보냈다.
그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보낸 누적 기부액은 무려 5억 4500여만원이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보내주시는 성금과 손 편지를 보니 지난 1년간 기부를 준비해온 마음이 느껴진다. 기부자의 바람대로 아픈 아이들이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며 “매해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는 기부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