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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지금] "농기계 많이 빌려 가라고요? "···'품절 농기계'의 귀하신 몸(임대료 현황표)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0.29 20:51 | 최종 수정 2024.11.03 15:41 의견 0

벼 수확이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하지만 가을 추수는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지요. 콩과 깨 등 밭작물 수확이 본격화 하고 있고, 서리가 내리면 감 등도 따야 합니다.

요즘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일부 농기계의 경우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소식입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있는 동부농기계임대사업소의 경우 일부 농기계의 예약이 보름 정도 밀렸다고 합니다.

진주시 동부농기계임대사업소 전경

500여 평의 밭에 들깨를 심었다는 진성면 구천리 한 농가는 "들깨를 쪄놓고 기계(잡곡탈곡기)로 털려고 동부임대사업소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이 밀려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난감했다"고 했습니다. 인근 문산 남부임대사업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네요.

이 농가는 결국 지난 25일 절반 이상의 들깨를 털고 주중에 가족이 다시 모여 손으로 턴답니다. 작대기로 두들겨서 들깨를 터니 손목과 손가락이 아파 미뤘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경남 진주시 사봉면 들깨밭에서 가족이 작대기로 두들겨 들깨를 털고 있는 모습. 이 농가는 지난해엔 잡곡탈곡기로 털었는데 임대 신청이 몰려 부득이 수작업을 했다고 한다. 정창현 기자

"농업인 여러분, 농기계 부담 없이 빌려 사용하세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말이 맞았지만, 올해는 유효하지 않은 듯합니다.

실제 위 예시 농가는 지난해엔 들깨를 터는 잡곡탈곡기를 어렵지 않게 빌려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이 농업인은 "지지난해엔 깨 터는 기계가 있는 지를 모르고, 손으로 모두 털었는데 지난해 써보니 세상 편하더라"고 하더군요. .

올해는 기계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요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가을 폭우 소식에 신청이 한꺼번에 몰린 탓도 크다고 합니다. 들깨는 비바람이 치면 알곡이 땅으로 많이 떨어집니다.

진주시농업기술센터 김일철(임대사업부) 씨는 "올해는 9월 말까지 폭염이 기승을 부려 수확기가 늦어진 것도 한꺼번에 수요가 몰린 이유 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동부임대사업소의 일부 임대 기계는 수요에 따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잡곡탈곡기의 경우 동부(진성)에선 엔진식인 자주식 2대만 있습니다. 남부(문산)엔 자주식 4대에 전기식 1대, 중부(집현)에는 자주식 3대에 전기식 1대가 있습니다.

동부임대사업소는 진주시 동부 5개면 농가의 임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설립했습니다. 기계 농작업의 편리성과 싼 임대료로 농업인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설립한 것입니다.

농가들로선 지자체에서 임대료의 50%를 지원하니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유가 상승 등으로 지난 2020년부터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한시적인 지원입니다.

임대사업소 직원들도 농번기인 봄철과 가을 10~11월엔 쉬는 날 없이 근무해 무척 바쁘다고 합니다.

현재 진주시에는 남부(문산), 중부(집현), 동부(진성) 등 3곳의 임대사업소를 운영 중이며 총 98종 528대의 다양한 농기계를 보유 중입니다.

동부임대사업소에는 농기계 48종 125대, 중부임대사업소 72종 155대, 남부임대사업소에는 92종 224대가 구비돼 있습니다.

주요 농기계는 농자재 살포기(드론), 농업용트랙터, 보행관리기, 농산물건조기, 굴삭기, 동력살분무기, 동력운반차, 동력호스릴, 농산물세척기, 경운기, 동력제초기 등이며 농기계 목록집에 수록된 것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체 임대 기계는 각종 관리기가 제일 많고 다음으로 트랙터, 굴삭기가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특히 크기가 작은 관리기는 농가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보관과 관리가 쉽지 않아 임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계절별 임대 농기계를 보면 봄에는 논두렁조성기, 로터리, 트랙터 등이 많이 나가고 여름에는 감자 캐는 기계 등, 가을에는 콩, 메밀 등 잡곡을 수확하고 고르는 정선기 등이, 겨울이면 동력파쇄기가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올해는 잡곡탈곡기가 '품절 농기계'가 됐습니다.

시 기술센터의 김일철 씨는 "잡곡 탈곡기와 정선기는 콩과 깨 등을 주로 털지만 최근엔 남아도는 벼 대체제로 논에 메밀을 심는 농가가 늘면서 수요가 이어진다"고 경향을 전했습니다.

동력파쇄기는 농업 분야 미세먼지 저감과 농촌 지역 불법 소각을 방지하기 위해 가을부터 4월까지 무상임대를 하기도 합니다.

진주시에 거주하는 농업경영체 등록 농업인이면 누구나 농기계를 빌릴 수 있는데, 임대 신청은 최소 사용 5일 전 사전예약을 해야 하며 임대사업소를 직접 방문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각 임대사업소는 기초운행 기술교육, 자가정비 기술교육을 수시로 하고 있어 새내기 농업인과 여성농업인들도 어렵지 않게 이용 가능해 인기가 좋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하거나 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055-749-5616)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 농기계의 임대료는 시 지원금 50%를 뺀 6천~10만 원선입니다.

잡곡탈곡기의 하루 임대료는 2만 7천 원입니다.

시농업기술센터 김 씨는"한시적으로 적용한 50% 지원이 올해 말 끝나는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모르지만 시에선 그간 수요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며 "만약 내년부터 지원이 안 되면 임대료를 하향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농기계 종류별 임대료

※ 남부(문산)-중부(집현)-동부(진성) 등 진주시 3개 임대사업소에서 보유한 전체 대수 기준임. 다만 보유대수 수치는 수리 등으로 일정 기간 빠져있을 수 있음. 아래 사용료는 애초 정한 가격으로, 농가가 지불하는 금액은 여기서 50%(진주시 지원)를 빼면 됨.

※ 표를 두 손가락으로 벌여 펼쳐지지 않을 경우, 손가락을 표에 대면 '이미지 열기'가 나옴. 이것을 열면 크게 볼 수 있음.

■ 출고 및 반납 시간

임대 농업인에게 농기계를 임대 출고하는 시간대는 기계를 활용하는 하루 전 오후 3시를 원칙으로 삼는다.

준비 시간이 걸리고, 더운 여름엔 한낮에 일을 못 하는 농삿일의 특성을 고려했다. 전날 오후 5시에 반납해 다음 날 오전까지 기계 점검이 필요한 것도 이유이다.

따라서 하루 사용의 경우 하루 전 오후 3시에 기계가 출고되면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기계를 사용하는 당일에 임대하면 다음 날 오후 5시까지 반납하면 된다.

예컨대 농업인이 오전 10시에 임대를 하면 다음 날 오전 10시에 반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임대 기계의 출고 자체가 오후 3시이기에 이런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오후 5시에 반납하면 된다.

출고 시간이 오후 3시이고 반납 시간이 오후 5시인 것은 출고와 반납 시간이 맞물려서 일어날 수 있는 혼잡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동부임대사업소 관계자는 "다만 임대한 다음 날 저녁에 작업을 하거나 반납을 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다음 날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에 반납하는 경우도 허용을 하고 있다. 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가 많은 농삿일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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