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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마스크 단상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1.24 08:09 | 최종 수정 2023.02.26 23:25 의견 0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입니다. 도로의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매우 특별한 구경거리이지요.

기자는 베트남을 두 번 가봤습니다. 한번은 통일 전 옛 베트남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 또 한번은 통일 후의 수도인 북쪽의 하노이였습니다.

처음 간 호치민에서 눈에 더 들어온 건 오토바이 행렬이 아닌 여성들이 빠짐없이 쓰고 있는 마스크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화려한 얼굴 화장을 하며 뽐내고 싶어하는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다니···.

마스크를 왜 쓰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오토바이 매연과 햇빛으로 인한 피부 그을림 때문이라고 하더만요.

가이드는 까무잡잡한 열대 지방의 동남아 여성들은 동북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중국 여성처럼 하얀 피부를 갖는 게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동남아에서도 일상을 실내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 피부색이 동북아 여성과 비슷해졌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 13일 마스크 첫 의무화 때의 포스터. 경기도 제공

지난 13일은 마스크를 쓴 지 딱 2년 2개월이 됐다고 합니다. 2022년 11월 13일부터 의무화됐네요.

정부는 오는 30일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하지요. 의무가 아닌 권고라고 하지만 벗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는 뜻입니다. 아직 중국발 코로나 침투 우려가 상존해 대중교통 등 일부에서는 착용을 합니다.

최근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습니다.

막상 마스크 벗는다고 하니 마스크 착용이 편하고 좋은 점도 많다는 의견입니다.

한 공공단체 민원 담당 직원이 "마스크 쓰니 그나마 감정 소모가 덜했다"고 했다거나 "마스크 쓰고 있으면 상대방에게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는 말들입니다.

꽤 일리가 있는 견해로 보입니다. 감정노동자들로서는 내심 화난 자신의 표정이 보여지지 않아 부담이 덜하고, 민원인의 표정도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얼굴을 붉힐 일이 적다는 견해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침을 튀기거나 입냄새를 맡지 않아서 좋았다"는 등 긍정의 말이 나왔습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가끔 가는 단골집에서 서빙하는 분들을 구분하지 못해 헷갈리는 때가 있습니다. 긴가민가해 아는 체 하는 인사를 놓치는 경우입니다. 이 말고도 마스크를 썼을 때의 느낌과 벗었을 때 얼굴이 다소 달라지는 것도 종종 경험하지요.

또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가 더 예쁘다는 역설적인 느낌을 가끔 갖습니다. 눈만 보이는 여성들을 볼 땐 눈매가 선하고 예뻐보입니다. 눈화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스크 시대의 또 다른 단상은 립스틱 시장입니다. 외국여행을 다녀올 땐 아내나 여자친구 선물로 꼭 사오는 필수품 아닙니까. 시장이 무척 어려워져 있겠지요.

최근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합동으로 지난달 말 1010명에게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해 물었더니 무려 57%가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를 반대했다네요.

조금은 의외입니다. 거추장스럽고 활동을 옥죄던 마스크를 벗는다는데 말이죠.

고령층에서 반대가 많았네요. 감염에 취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별로 ▶70세 이상 72% ▶40대(65%) ▶60대(62%) ▶50대(57%) ▶30대(51%) 순입니다.

40대에서 반대가 많은 것이 이채롭습니다. 20대와 30대보다 나이가 들어 숨기고 싶은 게 더 많아진 나이대인가요? 이게 맞다면 청춘도 같은 청춘이 아닌 듯합니다.

반면 20대만 찬성(60%)이 반대(39%)보다 많습니다.

이 나이대엔 몸이 근질근질해 나다니고 싶고 몸도 빵빵, 얼굴도 탱글탱글해 뽐내고 싶은 감정이 지배하겠지요. 어디든지 활보하고 싶은 세대입니다.

인간에겐 근원적으로 자신의 약점은 숨기고 싶은 심리가 잠재해 있습니다. 특히 얼굴 등 신체와 관련해 열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 심리는 더 강하게 지배하지요.

마스크는 이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애지중지 품안에서 키우던 딸을 시집 보내 듯 서운한 생각이 드십니까, 아니면 졸업식 때 책과 시름하던 학사모를 훌훌 벗어던지는 심정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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