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지난 9일 밤 뺑소니 사고를 내고 약 20시간 후에 실시한 검사에서 음주 기준치의 60배가 넘는 알코올 부산물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경찰이 김 씨의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감정한 결과, 김 씨의 소변에서 음주 판단 기준 이상의 에틸 황산염(EtS)과 에틸 글루쿠로나이드(EtG)가 검출됐다. EtS와 EtG는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에탄올)이 간을 거치며 생성되는 대사체(부산물)다.
알코올 자체는 술을 마시고 나서 약 8시간이 지나면 날숨이나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지만 EtS와 EtG는 72시간이 지나도록 몸속에 남는다.
김 씨의 몸에서 나온 EtS의 농도는 소변 1L당 6.41mg이었고, EtG 농도는 6.83mg이었다. 이는 국내외 연구에서 통용되는 음주 판명 기준인 0.1mg보다 최소 6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과수는 정상적인 호흡 검사를 피하는 지능 음주범이 늘어나자 지난 2020년 이런 분석법을 도입했다.
국과수는 “김 씨가 사고를 낸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 지난 것에 비춰 볼 때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냈다.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왕복 2차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내고 10일 오후 4시 반쯤 경찰에 출석했다. 이어 약 17시간 만에 이뤄진 호흡 검사에서 김 씨의 혈중알콜 농도는 면허정지 수치(0.03%) 미만이었고, 김 씨도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음주 후 약 8시간이 지나면 호흡 검사로 음주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김 씨의 동의를 얻어 소변을 채취해 국과수에 보냈다.
경찰은 다만 김 씨 측이 ‘사고 후에 마신 알코올이 남아서 검출된 것’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사고 전후 김 씨의 행적을 낱낱이 조사해 음주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5시간 전인 9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 씨 일행이 소주 5병을 주문한 점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주목하는 이유는 김 씨가 오후 7시 반쯤 청담동 유흥주점으로 이동할 때 대리운전을 이용했고 밤 11시쯤 귀가할 때도 대리기사가 운전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김 씨가 주점 등에서 유명 래퍼 A 씨와 개그맨 B 씨 등과 동석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도 마쳤다.
김 씨는 사고 후 약 2시간이 지난 10일 밤 2시쯤엔 경기 구리시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구매했다.
이에 소속사 관계자는 18일 김 씨가 귀가할 때 대리운전을 이용한 데 대해 “유흥주점 측이 음주와 무관하게 제공한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김 씨는 19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입장문을 배포할 예정”이라며 “출석 일자는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씨는 18, 19일 예정됐던 경남 창원시 콘서트를 강행했다.
그는 18일 무대에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후회’다.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언급했고, 19일 무대에선 “죄송하다. 죄는 제가 지었지 여러분은 공연을 보러 오신 것뿐”이라며 관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씨의 향후 공식 일정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3,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주최사인 KBS가 주관사에 김 씨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 달 1, 2일 경북 김천시 콘서트의 공동 주최사인 SBS미디어넷 측도 19일 “김천 콘서트는 연출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SBS미디어넷 측은 김천 외 이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콘서트 역시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